ADVERTISEMENT

포도밭 곳곳에 센서, 스마트 와이너리 만드는 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2면

나파밸리에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와이너리가 딱 한 곳 있다. 국내 제분업체 동아원이 세운 ‘다나 에스테이트’가 그것이다. 다나 에스테이트는 세 곳의 포도밭(빈야드)을 갖추고 있다. 포도밭 전체 면적은 57에이커(약 23만680㎡)다.

 동아원 이희상(65·사진) 회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나파밸리 진출을 준비했다. 이 회장은 1997년 4월 국내에 와인수입 판매업체인 나라식품을 세운 뒤로 “‘제대로 된 와인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왔다”고 회고했다.

이 회장이 직접 나파밸리 일대를 돌며 포도밭을 구했지만 문턱은 높았다. 매물도 많지 않을뿐더러 한국인에게 땅을 팔겠다는 이도 드물었다.

 그는 “당시 포도밭을 사는 건 고사하고 고급 와인을 만드는 와이너리 주인들을 만나는 것조차 힘들었다”며 “처음 4~5년 동안 나파밸리 일대를 돌며 우리 회사와 나를 알리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꾸준히 길을 찾던 그에게 2005년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헬름스 포도밭을 가지고 있던 한 와이너리가 땅과 양조장 건물을 매물로 내놓은 것. 이 회장은 “비교적 배타적인 성향이 강한 나파밸리 지역 사회에서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다른 와이너리 주인과 교류한 덕에 거래가 성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포도밭 두 곳을 추가로 매입했다.

 다나 에스테이트는 최고급 와인을 생산하는 데 주력한다. 이를 위해 프랑스 출신 와인메이커인 필리프 멜카를 영입하는 등 세계적 수준의 양조팀을 구성했다. 다나 에스테이트는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와이너리 운영으로도 유명하다. 최근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손잡고 스마트 와이너리 사업을 진행 중이다.

 스마트 와이너리는 포도밭을 일일이 둘러볼 필요 없이 포도밭 곳곳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작물의 생육 정보를 받아 재배 환경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노력이 계속되면서 다나 에스테이트는 나파밸리 내에서도 명문 와이너리로 떠오르고 있다.

 이 회장은 “당장 돈을 벌기보다는 적어도 앞으로 10년 이상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며 “우리 와이너리에서 만든 온다도로와 바소 등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만찬에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나파밸리=이수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