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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물가연동국채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 발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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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미국의 물가연동국채(TIPS)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로 발행됐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돈을 푸는 ‘양적 완화’를 재개할 것이란 관측에 앞으로 물가 오름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가 실시한 100억 달러 규모의 5년 만기 TIPS의 입찰 결과 낙찰 금리는 -0.550%를 기록했다. TIPS 수익률은 올봄부터 마이너스로 떨어졌으나, 발행 때부터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TIPS는 소비자물가 상승에 따라 채권 원금이 조정되는 국채다. 물가가 빠르게 오를 경우 실질가치를 지킬 수 없는 일반 채권의 약점을 보완한 상품이다. 예컨대 국채 100만원어치를 샀는데 물가가 2% 오르면 원금이 102만원으로 늘어나는 식이다. 이에 따라 표면금리가 마이너스라도 이후 물가가 그 이상으로 오르면 수익이 난다.

 TIPS의 낙찰 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시중 금리가 워낙 낮은 상태에서 향후 물가는 오름세를 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익의 일부를 까먹더라도 이 채권을 사겠다는 투자자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날 5년물 TIPS에 몰린 자금은 전체 입찰 물량의 2.84배였고, 이 중 외국 중앙은행 등 해외 기관투자가의 비중이 39.4%를 차지했다.

 연준이 경기부양을 위해 다음 달 2~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2차 양적 완화 실시를 선언할 것이란 전망은 갈수록 힘을 받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준 총재는 “9.6%의 실업률은 받아들이기 힘들며, 연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지 주요 금융사들이 예상하는 연준의 양적 완화 규모는 1조 달러(메릴린치)에서 2조 달러(골드먼삭스)에 이른다. 연준은 올 3월까지 진행된 1차 양적 완화에선 1조7000억 달러 규모의 국채와 모기지 연계증권 등을 사들였다.

 하지만 한편에선 이처럼 돈을 찍어내다간 자칫 물가가 통제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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