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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젊은 부자들 미술품 사들이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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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헤지펀드로 돈방석에 오른 미국 월가의 30~40대 갑부들이 미술품 수집에 돈을 물 쓰듯 쓰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자매지 스마트머니가 2003년 선정한 '월가의 파워 30인'에 선정됐던 유능한 전문투자가이자 SAC캐피털 어드바이저의 창업자인 스티브 코언(48)이 대표적 인물.

그는 올해 초 영국 유명작가 데미안 허스트의 설치미술 작품 '상어'(오른쪽 사진)를 1200만달러(약 120억원)에 사들여 세계 미술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상어'는 포름알데히드 용액이 든 수족관에 실제 상어의 시체를 넣은 작품이다. 1991년 영국 현대미술 전문컬렉션 사치갤러리가 작가로부터 1억원에 구입한 것을 주식투자 등으로 큰 돈을 번 코언이 100배가 넘는 돈을 주고 사들인 것이다.

코언은 이처럼 구미를 당기는 미술품이 나타나면 액수에 관계없이 돈을 쏟아부어 미술계를 놀라게 하고있다.

지난해 폴록의 추상화를 5200만달러에, 워홀의 '슈퍼맨'을 2500만달러에 사들인데 이어 피카소의 1938년작 '앉아있는 여인'을 사는데도 2500만달러를 썼다. 그가 최근 5년간 마네의 '자화상'(왼쪽 사진)을 비롯한 미술품을 사들이는데 쓴 돈만 3억5000달러(약 3500억원)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일부 화상들은 "코언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돈을 내고 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시타델 인베스트먼트의 창립자 케네스 그리핀(36)과 세계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전 수석 투자전략가 에릭 민디히(36)도 '미술품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리핀은 수년 전 소더비 경매에서 세잔의 '정물화'를 6000만달러에 낙찰받아 눈길을 끈 인물이다. 이처럼 월가의 내로라 하는 투자 귀재들이 미술품에 몰리는 이유가 고급 취미 때문인지 재테크 때문인지는 명확치 않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이 같은 현상은 오늘날 헤지펀드가 부의 주요 창출 수단이 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술품을 '쓸어담는' 식의 구입 행태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가령 "눈으로 사는 게 아니라 귀로 산다(자기 안목으로 평가하는 게 아니라 명성에 의존한다는 뜻)"는 비난이 바로 그것이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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