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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체스 대표팀은 ‘초딩들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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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체스 국가대표로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김태경. 11세의 초등학생 김태경은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단 중 최연소다. [김민규 기자]

서울 상계초등학교 5학년 김태경(11)양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체스 한국대표로 참가한다. 아시안게임 한국 대표팀 중 최연소다.

 흔히 서양장기로 불리는 체스는 이번에 처음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됐다. 남녀 개인, 단체전을 포함해 총 4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한국 체스대표팀에는 태경이 말고도 초등생이 세 명 더 있다. 변성원(12·대선초)·임하경(12·금북초·이상 여자부)·장재원(12·갈산초·남자부) 등이다. 전체 10명의 체스 대표(남녀 각 5명) 중 성인 선수는 3명뿐. 나머지 7명은 초·중·고생이다.

 송진우(37) 대표팀 감독은 “체스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두뇌 스포츠다. 어른들보다 어린이·청소년 층에서 동호인들이 많아 대표 선발전에서도 자연스레 좋은 성적을 냈다”고 말했다.

 태경이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체스를 배웠다. 취미로 체스를 즐기다가 실력이 올라가는 것에 흥미를 느껴 2학년 때부터 레슨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입문했다. 2009년 한국 체스의 간판 이상훈(29)씨에게서 개인 레슨을 받으며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태경이는 지난 6월 국가대표 선발전을 거쳐 당당히 아시안게임 대표에 이름을 올렸다. 이상훈씨는 “태경이는 차분하고 침착한 대국을 한다. 기량 발전도 빨라 대성이 기대된다”고 칭찬했다. 태경이는 “체스판을 사이에 두고 앉으면 상대 선수를 이겨야겠다는 생각만 한다”고 말할 정도로 승부욕도 강하다.

 그러나 태경이는 체스 선수가 아닌 외교관을 꿈꾸고 있다. 어머니 김상희씨는 “학교 성적이 매우 좋아 체스를 계속하라고 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체스를 직업으로 택하기에는 시장도 좁고 장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황병돈 대한체스연맹 부회장은 “체스를 잘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머리가 좋다. 하지만 체스에 대한 인지도가 낮고 실업팀도 거의 없는 실정이어서 유능한 새싹들이 도중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래서 한국의 체스 수준은 높지 않다. 남자는 전 세계 170개국 중 랭킹이 135위고 여자부는 117위다. 한국 최강이라는 이상훈씨도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딸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인숙 대한체스연맹 회장은 “한국은 체스연맹이 생긴 지 3년 만에 마스터를 9명이나 배출할 정도로 인적자원이 우수하다. 지원만 충분하다면 가능성이 큰 종목”이라며 “우리보다 한발 앞서 체스에 투자한 중국과 베트남은 세계 정상급”이라고 부러워했다.

글,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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