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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회 탐방 ⑩ 천안 마운틴월드산악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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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면

‘단풍팀’이 오색약수를 거쳐 주전골에서 등선대로 향하던 중 나무다리 위에서 포즈를 취했다. [마운틴월드산악회 오원택씨 제공]

산행 전날은 항상 설레임으로 가득하지만 특히 이번 산행은 가을 설악을 볼 수 있다는 기대로 밤잠을 통 이루지 못했다.

 잠을 설치고 허겁지겁 출발 장소인 오룡경기장에 도착했다. 새벽 날씨는 요즘 일교차가 크다는 걸 절감하게 했다. 한기에도 아랑곳 없이 함께 할 산우들이 일찍부터 많이 보였다.

 새벽 3시. 40명을 태운 버스가 어둠을 헤치고 고속도로로 들어서자 소근대던 소리도 점차 줄어든다. 날이 밝아오고 잠자는 것도 싫증이 날 무렵, 산행대장이 오늘 산행에 대한 브리핑을 간단하게 했다.

 오색에 도착하니 시간은 벌써 오전 7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내 눈은 빨갛게 물든 단풍에 놀랐고 그 많은 사람에 또 놀랐다.

점봉산에 오른 산행후기 필자 김현주(오른쪽)씨와 배호기 회원. 정상은 짙은 운무로 한치 앞을 볼 수 없었다.

오늘 산행은 현지 탐방대장의 갑작스런 사정으로 인하여 소수의 인원만이 당초 계획대로 점봉산(1424m)을 산행 할 수 있어 부득이 하게 두개조로 나눴다. 점봉산조와 주전골·흘림골의 단풍 산행조로. 점봉산은 생태보호를 위해 현지 탐방대장 인솔로만 산행이 가능하다.

 점봉산조에 속한 우리 조는 간단히 황태해장국으로 허기진 속을 채우며 오늘의 산행지를 더듬어 본다. 점봉산은 한계령을 사이에 두고 설악산 대청봉과 마주보고 서 있다. 망대암산 능선길을 산행하면서 설악의 서북능선을 지척에서 바라 볼 수 있는 최고의 조망코스다. 하산로인 십이담계곡 주전골의 경치는 가을 설악의 장관을 연출한다하니 오늘 산행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

 오색에서 오전 8시14분에 시작된 산행은 정상부까지 계속 가파른 오르막이다. 숨을 헐떡이며 오르는 길이지만 울긋불긋 물든 산자락을 보며 걸으니 흥이 절로 난다.

 한참을 올라 백두대간과 만나는 오거리 이정표에서 가뿐 숨을 돌리며 만물상을 보니 저절로 입에서 “아”하는 탄성이 흘러나온다. 깔딱고개를 넘어 정상까지 1㎞ 남은 지점부터 운무가 몰려온다. 정상이 가까와 지면서 운무가 더 더욱 자욱하다. “이를 어쩌지.” 설악산 조망을 할 수 없을까 걱정이 됐다.

운무가 자욱한 정상에 도착하니 오전 10시30분. 식사를 하고 있는 온양지백산악회 대간꾼들을 만났다. 천안에서 왔다는 말에 해외에서 고향사람 만난것 처럼 반가워했다. 술 한잔을 건넨다. 참으로 산은 사람의 마음을 순수한게 만드는 묘약을 가지고 있다. 산에선 누구나 쉽게 마음을 열고 산처럼 포근하게 대해주니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산을 그렇게 찾나보다.

 망대암봉(1236m)을 가도 운무는 걷힐 생각이 없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보여준다는 천왕봉 일출’도 아닐진대 왜 이리 야박하나. 투정을 부려 보지만 운무는 끄떡도 않는다. 조망하는 맛은 없지만 아기자기한 잡목으로 뒤덮인 능선 길을 한적하게 걸으니 그 맛 또한 괜찮았다.

 한계령으로 내려가는 백두대간 길과 십이담계곡으로 가는 삼거리부터 운무가 옅어지기 시작하더니 계곡에 내려서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지고 없다. 계곡을 걸으며 맑은 물 소리와 양 옆의 단풍을 보면서 무아지경에 빠져본다. 내가 가을 속에 풍덩 빠진 느낌이다.

 이 느낌을 더 지속하고 싶어 계곡 바위에서 점심과 소주 한잔씩 먹으니 정확히 기억은 할 수 없지만 이태백의 싯구가 입안에서 맴돌았고, 학교에서 배운 “으메 단풍들 것네”라는 문구가 생각난다.

 주전골 갈림길에 도착하니 “으메 웬 사람이 이렇게 많은겨.”등산로에 단풍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좋은 경치속에서 정체된 길을 걸어도 짜증내는 사람은 없다. 참으로 자연의 힘은 위대한 것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성국사를 지나 오색탐방센터 주차장에 도착하니 시간은 오후 1시40분. 다른조는 이미 산행을 끝내고 기다리고 있다. 모두들 단풍에 흠뻑 젖은 모습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 우리 마운틴산악회의 가장 중요한 모토 아니던가? 양양 지리에 능통한 별님께서 추천한 동해 막국수 집에서 담백한 수육과 막국수에 또 한번 그 맛에 놀랐다.

 즐겁고 안전한 산행을 위해 고생하신 운영진 및 산행에 참가한 산우님들, 버스 기사님 모든 분께 감사 드린다. “마운틴 지화자~~.”

  글=김현주회원



천안 유일의 대한산악연맹 산하 산악회

고동재 대장 등 구조대원 3명 있어 ‘든든’

설악산 흘림골로 들어서는 회원들이 단풍 밑을 지나고 있다.

천안마운틴월드산악회는 천안에서 유일하게 대한산악연맹 산하에 소속돼 2005년 설립됐다. 회원 중 대한산악연맹 구조대원 자격증을 지닌 회원이 3명이나 된다. 충남구조대장 고동재씨 및 구조대원 윤정봉·임순택씨로 이들을 중심으로 광덕산에서 구조활동을 펴고 있다. 이들은 산행시 대열 선두·후미 뿐아니라 중간에 끼어 가이드 역할을 맡아 산행이 안전하게 이뤄지도록 한다.

 정기산행은 첫째·셋째주 일요일로 매월 두 번이다. 다음카페 가입회원이 1200명이 넘는 대형 산악회로 서두르지 않으면 정기산행 예약이 힘들다. 산행회비는 보통 2만5000원인데 주변 별미음식을 맛볼 경우 5000원을 더 걷는다.

 송관호 총무는 “주로 오전 6시에 전세버스가 출발하는 데 이번 설악산 정기산행처럼 먼 데 갈 경우는 새벽 3, 4시에 출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버스를 배방역에서 출발시켜 서부휴게소를 거치도록 해 아산 거주 회원들 편리를 돕고 있다. 천안시내에선 대양주유소~이마트앞 국민은행~광혜당맞은편~ 마운틴월드 등산용품점(두정동)~백석동 현대아파트~뜌쥬르제과점~신부농협~오룡경기장 등을 경유한다.

 올해 예정된 정기산행지는 11월 7일 지리산, 11월 21일 단양 금수산(1016m), 12월 5일 마산 무학산(761m) 건식아구찜 뒷풀이, 12월 19일 양주 불곡산(471m) 등이다.

▶문의=011-421-0364(송관호)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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