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저환율·고유가 위기 비상대책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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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환율 하락과 유가 급등이 예사롭지 않다. '환율 1050원.유가 40달러'의 마지노선은 이미 깨졌다. 원화는 세 자릿수 저환율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중동산 두바이유도 배럴당 43달러까지 치솟아 고유가가 고착화할 조짐이다. 수입 원자재를 가공해 수출하는 우리 경제 구조상 가장 달갑지 않은 구도다. 정부와 기업 모두 비상한 각오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대단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달러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2000억원의 이익이 줄어든다고 한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1달러 오르면 연간 3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기업들의 비상경영 처방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환(換) 충격을 막기 위해 해외생산 비중을 높이고, 고유가에 따른 비용 상승은 원가 절감을 통해 상쇄하겠다는 것이다.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 도요타를 연상시킨다. 도요타는 엔화 강세를 맞아 마른 수건을 다시 짜는 감량경영을 펼치면서 해외생산 비중도 꾸준히 높였다. 이 회사는 현재 해외생산 45%, 국내생산 55%로 환율변동에 중립적인 체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바뀐 외부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은 고통스럽게 마련이다. 감량경영은 임금상승 억제와 구조조정을 예고한다. 또 해외생산이 늘면 어느 정도 국내 산업의 공동화(空洞化)를 각오해야 한다.

그나마 반도체.휴대전화.조선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의 가격 결정력이 높아진 점은 다행이다. 우리 제품 품질도 많이 개선됐다. 수출단가 인상을 통해 이윤 축소를 막을 수 있는 여지가 생겨난 것이다.

하지만 꽃샘추위가 아니라 동장군 해일이 해외에서 밀려오는 형국이다. 정부부터 위기의식으로 무장해야 마땅하다. 내수 회복 신호에 목을 매고 일희일비할 때가 아니다. 위기의식 없이 제대로 된 위기 타개책이 나올 수 없다. 어느새 슬그머니 뒤로 밀려난 '경제 올인' 다짐부터 새로 가다듬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