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레이더] '1000 징크스' 이번엔 극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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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한국 증시가 '지수 1000 시대'를 다시 연 지난달 28일. 한 증권사는 장이 끝난 뒤 모든 지점에서 축하 맥주 파티를 열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시장은 차분했다. 사실 5년여만에 어렵게 맞은 지수 1000시대이지만 기대 못지 않게 걱정도 남다르다. 들뜬 분위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번번히 주저앉았던 과거 세차례의 '지수 1000 징크스'가 여전히 생생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 만큼은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는 시장 참여자들의 노력이 엿보인다. 증시 안팎의 여건도 괜찮다. 이제 막 경기가 좋아지는 단계인 데다, 기업들의 실적도 탄탄하다. 개인들이 과거와 달리 적립식 펀드 등을 통해 차분하게 증시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도 좋은 조짐이다.

물론 '지수 1000 안착'을 지연시킬 만한 복병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체 수출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D램 값이 급락 조짐을 보이고 있고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국제 유가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럴 때 일수록 시장이 원칙대로 돌아갈 수 있는 토대를 더욱 단단히 다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혹 모처럼 맞은 활황세를 무작정 달굴 요량으로 장미빛 전망만이 판을 치거나 '단타매매'같은 구태가 재연된다면 시장은 금방 혼탁해지고 작은 충격에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들은 위험 부담이 큰 직접 투자에 매달리기보다는 검증된 간접투자 상품쪽으로 투자 패턴을 바꾸어야 한다. 기업들도 내부자 거래나 허위 공시를 없애는 등 시장을 더욱 맑게 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증권사도 달라져야 한다. 수수료 수입에만 연연하지 말고 주식투자를 저축처럼 장기 투자로 유도하는 데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개인 투자가들은 과거 증권사들이 무책임하게 자금을 끌어들이다 결국 적지않은 손실만 입힌 기억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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