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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Start] ① 정선 함백마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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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많은 사람이 떠나면서 한때 탄광촌으로 번창했던 정선군 함백마을의 골목길이 썰렁하기만 하다.

위 스타트 운동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We)가 나서서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공정한 복지(Welfare)와 교육(Education)의 기회를 제공하고 삶의 출발(Start)을 도와 가난 대물림을 끊어주자는 시민 사회운동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한국복지재단.한국사회복지협의회 등 50여 개 민간단체로 구성된 위 스타트 운동본부가 지난해 5월 3일 출범했다. 운동본부는 ▶위 스타트 마을 조성▶건강 지킴이(건강검진 및 치료)▶교육 출발선 만들기(학과 및 특기 교육)▶후견인 맺어주기(1대1 결연 통해 경제적.정신적 지원)▶희망의 집 꾸미기(아동복지시설 환경 개선) 등 5대 핵심 사업을 벌이고 있다.

*** '강원도 위 스타트 마을' 3곳은

함백마을은 정선군 신동읍 조동리와 방제리 일대에 퍼져 있다. 정선 아리랑의 무대를 굽이굽이 돌아 도착하면 하늘만 빼꼼한 산골 마을이다.

1970년대와 80년대엔 석탄산업의 메카(대한석탄공사 함백광업소)로 북적였다. 당시 인구가 2만4000명을 웃돌았다. 주민들은 "당시 정선 개는 1000원짜리 지폐는 물고 다니지 않을 정도라는 말까지 돌았다"며 흥청댔던 과거를 떠올렸다. 하지만 93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이 나온 뒤 지역은 급속하게 쇠퇴했다. 현재 인구는 2500여 명. 폐광 대체산업이 없어 생활여건은 날로 악화했다. 약국 한 곳이 유일한 의료시설이다. 오락실이나 영화관도 물론 없다. 읍사무소 직원 전영태씨는 "주민이 대부분 소규모 농사에 종사하거나 잡역부로 일한다"며 "그나마 겨울철엔 일이 없어 대부분 주민들이 월 소득 100만원 수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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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 이하 어린이는 모두 287명. 이 중 145명의 어린이가 함백초등학교에 다닌다. 20여 명의 어린이가 같은 학년의 같은 반인 셈이다. 30여 명의 어린이는 결식 아동이거나 생활보호 대상자로 분류된다.'서울 구경'을 못해본 어린이가 20~30% 정도다. 이승만 교장은 "현재 서울에 사는 부모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이곳 할아버지.할머니에게 맡겨 놓은 어린이가 13명에 달하는데 계속 늘어가는 추세"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 복지예산이라야 연간 500만원에 불과해 도와줄 방도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특기.적성 교육은 아예 엄두조차 못 내고 있어 교육자로서 자괴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팔순을 넘긴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사는 지태(초등학교 5학년.가명)도 그런 경우다. 지태 어머니가 지태를 낳은 뒤 곧바로 집을 나가자 아버지는 지태를 할아버지에게 맡겼다. 하지만 몇 년 전 아버지마저 사망했다. 허름한 단칸방에 사는 세 식구 수입이라야 정부 보조금 90여만원이 전부. 관절염 등 노환에 시달리는 할아버지.할머니의 약값을 빼고 나면 남는 것은 언제나 빈주먹이다. 그래선지 지태의 얼굴엔 그늘이 가득하다.

함백마을이 '위 스타트' 마을로 선정되자 지역 주민들은 반색하며 큰 기대감을 보였다.

주민 김형조씨는 "가장 가까운 컴퓨터 학원이 있는 영월읍에 가려 해도 버스로 30~40분 걸린다"며 "위 스타트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아이들이 무엇이든 배울 기회가 찾아오지 않겠느냐"고 기뻐했다.

김원창 정선군수는 "강원도의 대표적 낙후 지역이지만 지역 주민들은 아이들 교육만이 가난의 유일한 탈출구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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