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성폭행서 구해준 뒤 돈 뺏으면 고맙나" 네티즌 격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의 식민지배를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한 한승조(사진) 고려대 명예교수의 발언 파문이 커지고 있다. 네티즌들은"일본 극우파를 연상시키는 발언을 한국의 지식인이 했다니 어이가 없다"며 대부분 한 교수의 발언을 비판적으로 보고 있다.

5일 각 인터넷 포털과 뉴스사이트에는 한 교수의 발언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폭주했고, 한 교수가 운영하는 홈페이지 '현명한 소수'와 한 교수가 공동대표로 있는 자유시민연대 홈페이지는 네티즌들의 방문이 갑자기 늘면서,이날 하루 접속 자체가 어려웠다.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한 교수의 사과를 요구하는 네티즌 서명운동이 벌여져 지금까지 5600여명이 참여했다.

한 교수의 발언에 비판적인 네티즌들은 감정적으로는 물론'일본에 병합되지 않았다면 러시아에 병합돼 공산화됐을 것'이라는 이유로 식민지배를 '축복'이라고까지 표현한 한 교수의 논리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네티즌은 "성폭행에서 구해준 남자가 갑자기 금품을 강탈했다면 그것도 축복이라 할 수 있느냐"며 한 교수의 주장을 비꼬았다. 또 '러시아 식민지론','일제시대 근대화론' 등이 그간 일본의 우파 인사들이 식민지배를 미화할 때 등장하는'단골메뉴'라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한 교수의 주장은 국권을 빼앗길 당시 친일파들이 네세운 것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홈페이지에도 학교 당국의 강경한 조치를 요구하는 주장이 재학생.졸업생 등의 이름으로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고대인'이라는 아이디로 글을 올린 네티즌은 "이번 일로 '민족 고대'가 '친일 고대'라는 비칭을 얻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한 교수의 명예교수직은 반드시 박탈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졸업생'이라는 또다른 네티즌은 "일본 제국주의를 합리화하고 일본 우익의 선봉에 선 한씨를 졸업생 명부에서 제적시키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 학교 총학생회도 성명서를 통해 "고려대의 역사와 국민 앞에 대신 사죄드리며 총학생회가 일제 과거사 청산에 가장 최선을 다할 것이다. 한승조 교수는 국민 앞에 무릎꿇고 사죄하라"고 밝혔다.

네티즌들의 비판이 잇따르자 고대측은 홈페이지에"보도 내용 중 일제강점과 관련된 기고내용은 민족과 역사를 같이 해 온 고려대학교의 입장이 아님을 천명한다"는 알림문을 게시했다. 학교측은 7일 총장주재로 회의를 열어 기고내용의 진위를 파악하고 후속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유시민연대도 홈페이지가 다운되기 전에 올린 사과문에서 "자유시민연대는 한 교수의 논지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특히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한 것이나, 일본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대수롭지 않은 일인 양 주장한 데 대해서는 분노를 느낀다"며 사태의 진화에 나섰다.

디지털 뉴스센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