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책 다시보기] 9차례 투옥 식민지 지식인 안재홍, 백두산에서 무엇을 보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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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정민 교수가 풀어읽은 백두산 등척기
 안재홍 지음
풀어쓴이 정민, 해냄
208쪽, 1만원

독립운동가·언론인·정치가였던 민세 안재홍(1891∼1965). 육당 최남선, 위당 정인보와 함께 일제 강점기 국학(혹은 조선학)계의 거목으로 손꼽힌다. 그가 쓴 글을 모은 『민세 안재홍 선집』(지식산업사)은 이미 1999년 나와 있다. 무려 8권이다. 하지만 일반인은 제대로 읽을 수가 없다. 한글보다 한문이 더 많은 국한문혼용체는 오늘의 시점에서 볼 때 또 하나의 외국어다. 현대 언어로 번역되고 해석되어야 한다.

 신간 『정민 교수가 풀어읽은 백두산 등척기』는 그런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문학자인 정민 한양대 교수가 국한문혼용체를 번역했다.

 백두산의 풍광을 되짚어보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백두산에 담긴 의미다. 일제 강점기 백두산은 민족 정기의 상징이었다. 백두산의 상징성에 가장 먼저 주목한 이는 육당 최남선이다. 1926년 육당의 『백두산 근참기』는 백두산 관련 첫 기행문으로 손꼽힌다. 그 다음이 1930년 민세 안재홍의 『백두산 등척기』다. 두 책은 백두산 기행문의 쌍벽이다. 특히 민세의 『백두산 등척기』에는 ‘백두산 정계비’에 대한 언급이 있어,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이 있을 때마다 단골로 인용되곤 한다. 백두산 정계비는 이 책이 나온 이듬해(1931년) 만주사변으로 소실되었기 때문에, 정계비의 실존과 그 위치 등에 대한 마지막 고증 자료 역활을 하는 것이다.

 민세는 전통 한학에 밝을 뿐만 아니라 와세다대 정치학과에 유학해 신학문도 배운, 우리 근대사에서 보기 드문 종합적 지식인이다. 9차례 투옥, 7년이 넘는 감옥 살이도 했다. 좌파와 우파의 이상을 아우른 대표적 중도 통합론자이기도 하다. 이번 『백두산 등척기』에 이어, 민세가 쓴 우리 고대사 저술과 정치사상서도 현대어로 번역되길 기대해본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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