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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전의 경쟁력, 장난 아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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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 홍정은(上).홍미란 작가 자매. 이들은 `쾌걸춘향`을 위해 지난 6개월동안 함께 지내며 대본을 썼다. 언니 홍 작가가 2001년 결혼한 이후 오랜만의 `합숙`이었단다.박종근 기자

KBS-2 TV 미니시리즈 '쾌걸춘향'이 지난 1일 시청률 32.2%(TNS미디어코리아 조사결과)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톱스타 하나 없이, 누구나 다 아는 '춘향전'을 패러디해 대박을 터뜨린 주인공은 세 살 터울 자매 작가. 피붙이다운 팀워크를 한껏 과시했다.

언니 홍정은(31)씨는 방송가에서 꽤 알려진 예능작가다.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98년부터 '일요일 일요일 밤에''신기한 TV 서프라이즈', 시트콤 '골뱅이' 등의 작가로 활동했다. 2001년부터 방송대본을 써온 동생 홍미란(28) 작가의 대표작은 '콜롬버스 대발견'과 시트콤 '달려라 울엄마''아가씨와 아줌마 사이'등이다.

이들의 첫 드라마 도전은 우연히 시작됐다. 'KBS에서 월화 미니시리즈용 드라마 기획을 급히 찾고 있다'는 정보를 들은 게 지난해 9월. 자매가 의기투합, 1주일 만에 A4용지 30장짜리 '쾌걸춘향'시놉시스를 만들었다. 기획은 채택되자 10월부터 본격적인 집필에 들어갔다.

'쾌걸춘향' 곳곳엔 작가들의 실제 삶이 녹아있다. '다 죽었어''신경끄셔''웃기시네'등 드라마가 만들어낸 유행어는 이들의 생활용어. 몽룡에게 "밥 먹고 사는 게 장난인 줄 아냐"고 훈계하는 춘향의 대사는 이들 자매의 생활신조다.

자매는 고전 패러디 드라마의 경쟁력을 믿는다. "숙향전.배비장전 등 우리 고전에는 사랑.음모.배신.통쾌한 반전 등 드라마틱한 요소가 많아요. 캐릭터 성격도 분명하고요."

'엄정화의 동생'에 머무르던 엄태웅을 인기 절정에 올려 놓은 변학도 캐릭터도 "고전 춘향전 그대로"란다. "원전을 보면'풍채 좋고 풍류를 안다'는 묘사가 있어요. 그리고 사또까지 됐으니 능력도 있다고 봐야 되는 거 아닌가요?" 춘향 역시 "기생의 딸이 사또의 수청을 거부할 정도면 진짜 강하고 똑똑한 여자"라고 해석해낸 데 따른 설정이다.

이들의 드라마관은 뚜렷하다. 이구동성으로 "드라마는 우선 재미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교훈을 심어주려는 계몽 드라마는 질색이거든요"라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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