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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MBA '한국기업이 궁금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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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국 제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금융업에서 앞서 가는 신한은행이 미국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MBA)의 사례연구(케이스 스터디)대상으로 잇따라 채택됐다. 세계 최고의 대학이 한국 기업의 생태학을 본격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 삼성전자 성공사례 강좌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조던 시겔 교수는 2일(현지시간) 경영전략 과목의 오전 수업을 삼성전자의 반도체 성공사례 연구에 할애했다. 오후 3시부터 약 1시간 반 동안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의 강연과 질의응답 시간으로 배정했다.

MBA 1년차 학생들의 전공필수인 이 수업에는 수강생 외에도 하버드대와 MIT 등 인근 대학에서 800여 명의 학생들이 몰려들며 성황을 이뤘다.

시겔교수는 "삼성 반도체는 최첨단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저비용 구조를 유지하는 데다 경쟁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확실한 제품 차별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연구대상"이라고 말했다.

황사장은 강연을 통해 "삼성은 그동안 어느 기업보다도 연구.개발(R&D)투자에 적극적이어서 디지털 시대를 맞아 빛을 발하고 있다"며 "신제품에 필요한 질 좋은 칩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체제가 강점"이라고 말했다.

삼성 반도체의 성공비결에 대해 황 사장은 ▶최고경영자(CEO)의 비전 ▶위험을 감수하는 과감한 투자 ▶인재 중시 경영 등 세 가지를 꼽았다. CEO의 자질을 묻는 질문에는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측하는 능력이 중요한데,정보기술(IT)분야에서는 특히 그렇다"고 답했다. 하버드대 1학년생인 중국계 에릭 리(20)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100억달러의 순익을 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삼성의 성공은 아시아의 자랑으로 삼을 만하다"고 말했다.

# 신한 - 조흥 합병 모델 연구

지난 1일 두 은행의 합병을 연구 사례로 채택·발표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로자베스 모스 캔터 교수는 그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신한은행이 조흥은행을 인수하고도 두 조직 간의 정서적 통합을 위해 3년간 독립 경영을 시도하는 것은 매우 특이하다는 것이다. 조직변화론의 석학인 캔터 교수는 그래서 현재 진행 중인 합병이지만 연구 사례 대상으로 삼았으며 희귀한 이 모델에 대한 연구결과를 영구 보존하겠다고 밝혔다. 1백여명의 대학원생들은 이날 초청연사로 참석한 최영휘 신한지주회사 사장에게서 통합전략을 들은 뒤 앞으로 생길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학생들은 인수 후 바로 통합작업에 들어가지 않고 3년 동안 '두 개의 은행(듀얼 뱅크)'을 유지한 뒤 화학적 융합을 통해 '하나의 은행(원 뱅크)'이 되고, 종국엔 '새로운 은행(뉴 뱅크)'으로 재탄생한다는 접근법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고 고석진 신한은행 뉴욕지점장은 전했다.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을 받은 최 사장은 "합병작업을 왜 교과서에 나와 있는 대로 추진하지 않느냐는 주위의 '충고'라며 "M&A는 그 상황에 가장 잘 맞는 해법을 찾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보스턴=심상복 특파원 sims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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