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신부 얻기 힘들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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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 남성들이 베트남 신부 구하기가 힘들어질 전망이다. 베트남 정부가 최근 외국인과의 불법 결혼을 알선하는 결혼 소개소와 '뚜쟁이'들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간 사이공 자이퐁(사이공 해방일보)신문은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판 반 카이 총리가 1일자로 공안부 등 관련 부처에 외국인과의 불법 결혼을 알선하는 소개소와 알선업자들을 색출해 엄벌에 처할 것을 지시했다고 2일 보도했다.

7월까지 계속되는 이번 특별단속에서는 베트남 여성을 신부로 구하는 외국인들로부터 상당한 소개비를 받고 소개해 주는 업소들이 중점 단속 대상에 포함된다. 단속에 적발된 업소들에 대해서는 사무실 폐쇄조치와 함께 형사처벌까지 부과된다.

법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불법 소개업소를 통해 결혼하는 베트남 여성들의 배우자는 대부분 대만 남성들이다. 그러나 베트남 여성 상당수는 대만에 도착한 뒤 각종 인권침해는 물론이고 심지어 매춘까지 강요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베트남 정부는 여성연맹 지부를 통해 외국인과 결혼을 원하는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 결혼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과의 결혼 비율이 높은 남부 호찌민(옛 사이공)시의 경우 지난해에 처음으로 결혼상담소를 설치, 희망자들을 상대로 무료로 결혼을 알선하고 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열린우리당 김춘진 의원이 지난해 10월 내놓은 국감 질의자료에 따르면 2003년 한국 남성이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경우는 1403건으로 중국 여성과의 결혼건수(1만3373건) 다음으로 많았다.

김 의원은 "최근 동남아를 비롯한 저개발국가 출신 여성과 한국 남성의 국제결혼이 급증하고 있으나 이들 중 상당수는 브로커에 의한 사기 결혼으로 원만한 가정생활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결혼소개업소 관계자는 "베트남은 한국과 같은 유교 전통을 갖고 있는 데다 인종적으로도 같은 몽골족인 점 등으로 그동안 한국 남성들 사이에 국제결혼 선호 순위도가 높았다"면서 "그러나 최근 들어 결혼소개소가 급증하면서 사기나 위장결혼 시비가 잇따른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노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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