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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 "18세 미만 사형은 위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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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연방대법원이 1일 18세 미만의 나이에 범죄를 일으킨 사람을 사형시키는 것은 위헌이란 판결을 내렸다. 헌법은 '잔혹하고 정상을 벗어난 처벌'을 금지하고 있다. 대법원이 "18세 미만 범죄자의 사형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로써 16세 이상은 사형시킬 수 있다고 했던 1989년의 판결이 뒤집혔다. 미 전역에서 16~17세에 범죄를 저질러 사형 집행을 기다리던 72명이 생명을 건지게 됐다. 사형 집행 대기자는 텍사스주가 29명으로 가장 많다. 다음은 앨라배마의 14명이다. 이들은 사형은 면했지만 가석방없는 종신형을 살게 된다.

2002년 17세의 나이로 워싱턴 일대에서 10명을 저격 살해한 '스나이퍼'사건을 일으켰던 리 말보도 사형을 피하게 됐다. 말보는 10건의 범죄 중 2건에 대해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지만, 청소년 사형을 인정하는 앨라배마와 루이지애나주에선 추가기소를 준비 중이었다.

이번 사안은 국제사회에서도 많은 관심을 끌었다. 국제사회는 미국의 미성년자 사형제도에 대해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판결에 앞서 유럽연합(EU)과 영국의 인권변호사 협회, 노벨상 수상자그룹 등은 "18세 이하에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사형을 철폐하라"고 연방대법원에 요청하기도 했다. 대법원 판결도 판사 9명 가운데 5명이 찬성, 4명이 반대했다.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은 "청소년의 결함은 개선될 수 있기 때문에 어른의 범죄와 동일시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위헌을 주장했다. 반면 합헌을 주장한 안토닌 스캘리아 판사는 "주법원들이 알아서 할 일을 대법원이 떠맡았다"고 비난했다. 여성인 샌드라 데이 오코너 판사는 "17세 미성년자 가운데는 성인보다 더 성숙한 사람도 있다"며 "미성년자 사형에 대해 획일적 판결을 내리기보다는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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