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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목표는 국제적 시야, 과학적 사고…졸업생 10%, 자위대 안 가고 사회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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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의 통합 사관학교에 해당하는 방위대학교는 도쿄에서 약 1시간 거리의 요코스카(橫須賀)시 우라가(浦賀)만 인근에 있다. 일본의 방위대학도 자위대 간부 후보생을 배출하는 역할은 물론 ‘+알파’의 지향점을 갖고 있다. 4년간 군사훈련은 1050시간. 다른 나라의 사관학교에 비하면 훨씬 적은 시간이 할애된다. 중점을 두는 건 리더로서의 지적·정신적 토대를 갖추는 데 있다. 본지와의 인터뷰에 응한 이오키베 마코토(五百旗頭眞·사진) 교장은 “방위대의 3대 교육방침은 넓은 국제적 시야, 과학적 사고력, 풍요로운 인간성”이라고 설명했다. 졸업생의 10%가량은 자위대에 들어가지 않고 민간 기업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다. 일본 정부는 각 분야 최고 수준의 강의진 300명으로 구성된 석·박사 과정까지 개설하고 예산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오키베 교장은 “각군의 사관학교를 하나로 통합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방위대는 언제 어떤 목적, 취지로 개교했는가.

 “1952년 방위대가 세워진 건 일본이 저지른 전쟁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됐다. 학교장도 군이 아닌 민간인으로 했다. 초기에는 미국의 웨스트포인트를 시찰, 미국의 장점에 일본적인 문화를 가미해 방위대를 만들었다. 웨스트포인트와 다른 특징은 육·해·공이 협력해 같이 훈련받는 통합학교란 점이다. 옛 일본 군부 내에서 육군과 해군의 라이벌 경쟁이 너무 심했다는 반성에서였다. 사람과 예산 확보를 위해 육군이 만주사변을 일으키고, 해군은 상하이사변을 일으키는 등 다른 나라와 싸우기 전에 자신들의 라이벌 의식으로 예산·인원 확보전을 벌이는 무의미한 폐해가 있지 않았느냐.”

 -통합 사관학교를 운영한 결과는 어떤가.

 “육·해·공을 초월한 유대감이 형성된다는 게 강점이다. 군대조직에서는 동기뿐 아니라 상하의 결속, 육·해·공의 결속이 필요하다. 2006년 자위대는 육·해·공 통합운영이 전력 극대화에 바람직하다는 판단 아래 통합막료장 체제로 바꿨다. 이는 방위대 14기 동기생 3명이 육·해·공의 막료장을 동시에 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건 해야 한다, 우리가 하자’는 공감대 아래 정치권의 압력에 휘둘리지 않고 자발적으로 움직였다. 별도 사관학교가 있었다면 이루기 힘든 일이었다.”

 -학교 운영의 차별성이 있다면.

 “세부적인 부분이 될지 모르나 기숙사가 8인실로 돼 있는 점이다. 내가 알기로 한국은 1인실 혹은 2인실로 이뤄져 있다. 방위대학교는 초기 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아 8인실로 시작했다. 재정 여건이 좋아지면서 4인실, 그리고 2인실로 됐다. 그런데 해보니 2인실은 교육상 좋지 않다. 학교 규정을 위반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등 여러 문제점이 생겨 8인실로 되돌렸다. 각 학년 2명씩이다. 그 결과 동기생 간 유대도 강해지고, 각 학년 간 유대도 강해졌다.”

 -졸업한 후 육·해·공 자위대로 어떤 기준으로 배치하나.

 “1학년 말인 12월, 그리고 1, 2월에 세 차례에 걸쳐 희망자를 모집하는데 늘 항공자위대가 가장 인기가 높다. 따라서 이를 조정한다. 다만 다행스러운 것은 우수 인재들의 경우 육·해·공에 골고루 모인다는 점이다. 세 차례 모집 과정을 통해 육군 200명, 해군 100명, 공군 100명 정도로 조정한다. ”

 -현재 자위대 간부는 거의 방위대 출신인가.

 “육·해·공 간부 중 90%는 방위대 출신이다. 그동안 육·해·공 막료장과 통합막료장은 모두 방위대 출신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도쿄대·게이오대 등 일반 대학 출신들도 크게 늘고 있어 이들이 막료장이 될 시기가 4~5년 있으면 올 가능성이 있다. 이는 좋은 일이다.”

 -경험자로서 통합사관학교가 필요하다고 보나.

 “육·해·공이라는 좁은 조직에 들어가 10년 정도 지나면 다른 조직의 인간들이 ‘화성인’으로 보인다고들 한다. 서로의 자긍심만 중시한다. 상대방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존경의 마음은 방위대학교 4년을 거치면서 각자에게 뿌리 박히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특별취재팀=최상연·김정욱(워싱턴)·정경민(뉴욕)·박소영·김현기(도쿄)·장세정(베이징)·이상언(파리) 특파원, 예영준·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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