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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진핑이 이끌 중국 차기 지도부의 무거운 어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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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중국의 차기 최고 지도자가 사실상 확정됐다. 그제 끝난 중국 공산당 17차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17기 5중전회)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이 당 중앙군사위 부주석에 선출됨으로써 이변이 없는 한 그는 2012년 전당대회에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의 뒤를 잇게 된다. 시 부주석과 함께 리커창(李克强) 상무부총리의 총리 지명이 확실한 만큼 시진핑-리커창 쌍두마차를 축으로 중국의 5세대 지도부가 구성될 전망이다. 차기 지도부의 책임은 막중하다. 성장을 지속하면서 부작용과 후유증을 해소하는 내적 과제뿐 아니라 대국(大國)에 걸맞은 국제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외적 과제도 안고 있다. 성장과 굴기(崛起)에 방점을 둔 4세대 지도부에 비해 어렵고 복잡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30여 년의 개혁·개방을 통해 중국은 괄목할 성장을 이룩했다. 올 2분기에는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세계 2위인 일본을 추월하기도 했다. 그러나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돌아가지 못하면서 지역·계층·도농(都農) 간 격차가 심화되는 심각한 부작용에 직면해 있다. 1988년 7.3배였던 상위 10%와 하위 10% 간 소득격차가 2007년에는 무려 23배로 벌어졌다. 도농 간 소득격차도 78년 2.56배에서 지난해 3.33배로 불어났다. 소외 계층과 지역의 불만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사회적 갈등이 성장 자체의 발목을 잡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내부적 격차 해소는 차기 지도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이번 5중전회에서 채택된 제12차 5개년계획(2011~2015년) 건의서에서 당 지도부가 정책의 무게중심을 성장에서 분배, 국부(國富)에서 민부(民富)로 전환키로 한 것은 바로 이 점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일 것이다. 원로 지식인 23인의 언론자유 촉구 서한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반체제 인사 류사오보(劉曉波) 석방 요구 성명 등에서 드러난 민주화 요구를 정치개혁을 통해 흡수하는 문제도 차기 지도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중국의 커진 국력과 높아진 위상(位相)에 걸맞은 책임과 역할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내부 문제가 급하다는 핑계로 국제적 책임을 외면하는 태도는 통하기 어렵다.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대국에 어울리는 정치·경제적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환율, 통상, 환경, 에너지, 기후변화 등 다양한 문제에서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 점에서 당 지도부가 수출 일변도 성장 전략을 지양하고 내수 확대에 치중키로 한 것은 잘한 선택이다.

 특히 우리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중국 차기 지도부의 책임있는 역할에 주목한다. 천안함 사태에서 4세대 지도부가 보여준 것처럼 일방적으로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자세는 중국 자신은 물론이고 북한을 위해서도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 남북한에 대해 균형 있는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주도하는 것이 우리가 중국 차기 지도부에 기대하는 책임있는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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