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저축은행 가격이 단돈 200만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한 대형 저축은행이 또다시 부실화하는 악순환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헐값 매각이란 의혹도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한나라당 배영식 의원은 18일 예금보험공사 국감 질의서에서 “2008년 11월 고려·대전저축은행을 인수한 부산저축은행이 지난 6월 결산에서 199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며 “부실 저축은행 인수로 인해 또 다른 부실을 자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1위인 부산저축은행은 지난해 4.77%였던 고정 이하 여신비율이 올 들어 14.22%까지 치솟는 등 어려움에 처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말 1500억원을 증자한 데 이어, 최근엔 자회사인 중앙부산·전주저축은행 두 곳을 한꺼번에 매물로 내놓는 고강도 처방을 내렸다.

 이에 대해 부실 저축은행을 대형 저축은행에 떠넘기는 식의 구조조정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M&A)을 유도하기 위해 여러 유인책을 줬다. 영업구역 이외 지역에 점포를 낼 수 있도록 해주거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연결기준으로 산정하는 걸 3년간 유예해 주는 식이었다. 이런 ‘당근’이 결과적으로는 또 다른 부실을 가져왔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간 M&A를 부실의 주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김준현 저축은행서비스국장은 “부산저축은행이 어려워진 건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때문이지, 대전·고려저축은행 인수가 원인이라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엔 금융위기 와중에 부실 저축은행이 문 닫는 것보다는 자율적인 M&A가 이뤄지도록 당국이 적극 지원하는 게 최선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배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지난해 미래저축은행이 한일저축은행을 불과 200만원에 인수하는 등 헐값 매각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전저축은행의 매각금액은 400만원, 하나로저축은행은 1000만원이었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중앙회는 반박자료를 내고 “자본잠식으로 순자산가치가 마이너스(-)였기 때문에 주당 1원에 인수했던 것”이라며 “대형 저축은행이 인수해 주지 않았다면 부실이 커져 공적자금이 투입될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한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