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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거리는 학교] 中. 신뢰 흔들리는 대학입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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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교장까지 힘 합치는 내신성적 누가 믿나. 돈 없는 사람은 항상 당해야 하나."

"내신 1등급은 돈 많은 사람들의 성적 조작 결과다. 대학별 본고사야말로 기회균등의 제도다."

"본고사는 어떻게 믿을 수 있나. 교수들이 한 술 더 뜨는데. 차라리 객관적인 수능만 갖고 입시를 치르자."

교사들에 의한 고교 성적 조작사건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서강대 입시부정 사건이 터지면서 교육부.교육청의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현행 대학입시 제도 전반에 대한 격렬한 비판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대학 관계자들은 입학처장이 아들에게 논술문제를 유출한 서강대 사건에 대해 "특수한 사례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고교의 내신관리와 대학의 입시관리 모두 믿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인적자원부도 "현행 제도에 대한 총체적 불신이 해소되지 않으면 대학별 고사가 강화되는 2008학년도 이후 대입 전형의 정상적인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며 내심 긴장하고 있다. 일선 고교의 성적관리와 대학의 입시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 내신활용도 높이려면=대입에서 내신 활용 비중을 높여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 교육부의 확고한 정책방향이다. 하지만 일련의 성적부정 사건이 표면화된 이후론 대학 측의 거부감이 심하다. 박동숙 이화여대 입학처장은 "기존의 성적 부풀리기에다 이번에 교사에 의한 성적 조작까지 드러나면서 내신의 신뢰가 더 떨어지게 됐다"며 "대학들도 앞으로 당분간은 내신을 '보완 성격'의 소극적인 전형자료로 활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학부모 김춘강(50.서울 강남구 대치동)씨도 "학교와 교사가 내신을 조작하는 일이 벌어지는 마당에 대학들이 어떻게 내신 성적을 믿고 적극적으로 전형에 활용할 수 있겠느냐 "고 반문했다.

이용구 중앙대 교수는 "고교에서 학부모.학생.교사 사이에 내신 관리를 상호 체크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사의 주관이 작용할 수 있는 비교과 영역(특별.봉사활동 등) 자료에 대한 불신은 더 심하다. 최재훈 한양대 입학실장은 "고교에서 객관적인 지표를 만들어 교사들의 주관이 개입되지 않도록 해야 대학이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이 입시업무만 전담하는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해 고교별 프로그램을 평가해 내신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진곤 한양대 교수는 "미국처럼 대학이 개별 고교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고 교육과정이나 평가 내용의 수준을 감안해 전형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대학별 고사 문제 없나=대학 관계자들은 서강대 사건과 관련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비난에 곤혹스러워한다. 대학의 전반적인 입시관리 시스템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인식돼 학부모.수험생의 불안감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대 입학처 관계자는 "출제와 관리가 엄격히 분리돼 있고, 교직원 자녀 지원 현황을 미리 입학처에서 파악해 특별관리하는 등 부정 개입 소지를 철저히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제위원도 대부분 복수로 선정돼 한 사람의 의견에 좌우되지 않도록 한다는 게 대학들의 설명이다. 박동숙 이화여대 입학처장은 "분야별 출제위원이 1명뿐이었던 서강대의 경우는 극히 드문 사례"라며 "대부분의 대학은 분야별로 2명 이상의 교수가 참여해 외부와 격리된 장소에서 수능시험처럼 출제하기 때문에 문제.정답 유출 부정은 생길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출제위원 선정 방법 등 개선해야 할 부분도 있다. 한양대는 학과별로 2~3배수의 교수를 뽑아 추천하면 부총장 등이 포함된 전형관리위원회에서 출제위원을 최종 선정한다. 하지만 상당수 대학은 보안유지 등을 이유로 입학처장이 단독으로 출제위원을 선정한다. 이는 입학처장의 개인적 '양식'에 의존해야 하는 불안한 시스템으로 제2의 서강대 사건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남중.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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