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이 보고 배울까 두려운 ‘씹는담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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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호 14면

토니 그윈

일본인 메이저리거 마쓰자카 다이스케는 1980년에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그해 고시엔의 영웅 아라키 다이스케(당시 와세다실업고)에게 반해 아들 이름도 다이스케로 지었다. 마쓰자카가 요코하마고에 다니던 1999년 고시엔에서 우승했을 때 야구를 사랑한 많은 임신부들은 배 속의 아기 이름을 다이스케로 지었을지 모른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2차전을 마쳤다. 포스트 시즌에 명승부가 속출하면서 프로야구 시청률은 지상파 기준으로 15%에 육박하고 있다. 야구장에 가지 못한 아버지는 아내와 아들과 딸과 함께 경기를 시청했다. 텔레비전 화면 속 이미지는 무서울 만큼 강력하게 시청자에게 다가선다. 놓치기 힘든 장면이 쏟아지니 집중도도 더하다.

지난 13일 삼성-두산의 플레이오프 5차전. 삼성 C선수가 입에 뭔가를 문 채 연방 침을 뱉는 모습이 화면에 클로즈업됐다. 그가 뱉는 침은 검은색이다. 그가 입에 문 것은 ‘씹는담배(Chewing tobacco)’다. 씹는담배를 즐기다 보면 입 안에 침이 많이 고여 자주 뱉어야 한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씹는담배는 흔한 물건이다. 90년대 후반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선물로 선수들에게 돌리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스핏볼(공에 바셀린 등의 이물질을 발라 던지는 반칙 투구) 사용을 위해 20세기 초부터 씹는담배가 널리 퍼졌다.

현재 미국 마이너리그에서는 씹는담배 사용이 금지돼 있다. 지난 4월 이후 미국 의회에선 선수들의 씹는담배가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규제를 논의하고 있다. 선수 노조에서는 개인의 기호품이라는 이유로 규제에 반대하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 스타들 가운데도 씹는담배를 사용하는 선수가 적잖다. 롯데의 H선수는 경기 전이나 경기 중 더그아웃에 있는 동안에만 사용한다. 경기의 흥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LG의 B선수, 두산의 K선수도 씹는담배를 애용한다. 다행히 요즘 중계화면에서는 그들이 담배 씹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야구선수들이 경기 도중 침을 찍찍 뱉는 모습을 보고 호기심에 구매해 봤습니다. ㅋㅋ 누나가 한국에 오기에 공수를 부탁했어요.”

‘씹는담배’를 말머리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발견한 글귀다. 이런 내용은 흔하다. 이 글을 올린 이의 나이가 몇 살일까 궁금하고 걱정스럽다.

메이저리그 명예의전당 헌액자인 토니 그윈(전 샌디에이고)은 최근 타액 분비선 암 판정을 받았다. 그는 “아마도 선수 시절부터 즐기던 씹는담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의 영원한 홈런왕 베이브 루스. 그는 48년 53세의 한창 나이에 죽었는데 사망 원인은 구강암이었다. 루스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름난 씹는담배 애호가였다.

마쓰자카를 좋아한 아버지 때문에 마쓰자카란 이름을 얻은 소년은 나중에 메이저리그 선수가 됐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최고라는 올해의 포스트시즌 경기를 지켜본 어린이들은 야구선수가 되는 꿈도 키울 것이다. 홈런을 치는 타자가 씹는담배를 질겅질겅 씹어 검은 침을 뱉는 모습도 선명히 기억할 것이다. C선수가 뱉는 검은 침은 한국 야구의 미래가 자라는 텃밭에 스며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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