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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튀는 중개업소⑪ ‘20년 공무원에서 분당 전문가로’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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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공직에 있다가 부동산 중개업을 하려니 처음엔 입이 안 떨어지더군요.” 경기도 분당 신도시 정자동 테크노부동산(031-785-2002) 박윤재(52)사장. 서울시청ㆍ구청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다 중개업에 뛰어든 지 7년이 됐다. 멋쩍었던 개업 초기의 경험담을 시작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지금 ‘분당의 메이저리그’로 불리는 정자동의 한복판에 서 있다. 고층 주상복합타운으로 얼굴을 바꾸면서 분당의 최고가 주거단지로 자리를 잡은 곳에서 朴사장은 치열한 경쟁을 체험하고 있다. 24평짜리 사무실에서 그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스스로 말한다.

퇴직 후 실패를 딛고 서다


朴사장에게도 큰 시련이 있었다. 외환위기(IMF)가 막 시작된 1998년 퇴직을 한 朴사장은 곧바로 중개업소를 차렸으나 곁눈질을 하다가 쓰라린 실패를 겪어야 했다. 당시 바람이 불던 코스닥 등 주식에 투자했다가 전 재산을 날렸다. 그에게 남은 것은 분당의 33평 빌라 월세방이었다.

바닥까지 가고 나니 정신이 돌아왔다. 2000년부터 그는 부동산 중개업에만 전념했다. 공직에 있을 때 건설ㆍ부동산 관련 업무도 하고, 부동산 지식도 익혀둔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적응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01년부터는 부동산 사이트에 칼럼을 쓰기도 했다. 성남시 문화센터와 서울시민대학에 부동산 재테크 강사로 나가며 인기를 모았다.


2003년 6월 분당 정자동에 아이파크 주상복합아파트가 입주하면서 그 앞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보니 경비도 많이 나간다. 직원 3명을 두고 한 달에 평균 1000만원 이상을 지출하지만 특유의 영업 능력으로 그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 지난해 부동산 거래가 끊기면서 고전하기도 했지만, 고정 고객을 많이 확보해 어려움을 거뜬히 이겨냈다.

“분당은 중개업소의 부침이 심한 곳입니다. 권리금이 5000만원 이상 붙은 중개업소도 있지만 권리금을 받지 않는다 해도 나가지 않는 중개업소 사무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곳에서 살아남으려 하다 보니 비용도 많이 들고, 고객 관리도 철저히 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객 재산을 불려주는 보람으로


朴사장은 “향후 부동산 중개업은 단순 중개가 아니라 고객의 자산관리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자신도 고객의 자산을 잘 관리하고, 불려주었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공직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ㆍ외 거시경제와 정책 변화, 세제 등을 꾸준히 체크한다. 이를 부동산 현장에 접목시켜 고객들에게 방향을 일러 준다. 이론과 실무가 결합돼야 올바른 중개를 할 수 있다는 것이 朴사장의 생각이다.

朴사장의 수첩에는 고객 상담의 몇 가지 원칙이 적혀 있다. 그 중 눈길을 끄는 하나는 ‘돈을 벌기 위해 고객의 손실을 유발하거나, 방관하지 말자’는 것이다. 하나의 물건을 놓고, 이해관계가 다른 매도인과 매수인을 연결해야 하는 중개업의 속성상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朴사장은 이 원칙마저 지키지 않는다면 고객들과 긴 인연을 맺을 수 없다고 자신을 옭아매고 있다.

“살 시기가 아니라고 판단되면 고객의 요구가 있더라도 구입을 말립니다. 또 매도 타이밍이 아니면 이 또한 만류합니다. 중개 수수료 욕심 때문에 고객의 전 재산일 수 있는 부동산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원칙 속에 많은 고객들의 재산을 불려줬다. 분당에서 전세로 살던 한 주부에게는 3년 전 용인 죽전지구의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하도록 해 내집마련의 꿈을 이뤄줬다. 물론 집값도 많이 올랐다. 미실현 이익이긴 하지만 이 주부가 투자한 1억5000만원의 원금은 지금은 4억원으로 불어나 있다.

2001년 분당 구미동에서 8000만원짜리 전세를 얻으려다가 朴사장의 자문으로 1억2000만원에 집을 산 고객은 지금도 朴사장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입주 직전까지 프리미엄이 없거나 분양가 이하의 매물이 즐비했던 정자동 주상복합아파트를 중개한 사례도 많다. 입주 시점에 분양가 수준에서 주상복합아파트를 구입한 고객들은 불과 1∼2년만에 수억원 정도 값이 오른 덕에 朴사장의 고정 고객이 됐다.

한번 고객의 믿음을 얻으니 이 고객들이 주변 사람들을 소개해 지금은 고정 고객만 100여명에 이른다. 이 중에는 얼굴 한번 보지 않고 전화 통화로 투자를 의뢰한 미국 LA 등지의 해외교포도 있다.

“부동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긴 하지만, 부동산으로부터 자유로운 이들은 없을 겁니다. 어차피 중개업을 한다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정도(正道)를 지키면서 고객 자산관리를 하자는 게 제 소신입니다.” 朴사장은 고객의 신뢰를 바탕으로 부동산 전문가로서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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