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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읽기] 새 해석 기다리는 동서양의 군주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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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상군서
장현근 지음, 살림, 284쪽, 8900원

리바이어던
김용환 지음, 살림, 344쪽, 8900원

국가.통치.법을 주제로 한 동양과 서양의 대표적 고전 '상군서(商君書)'와 '리바이어던'을 대중의 눈높이에서 쉽게 해설한 책이 원전과 같은 제목을 달고 동시에 출간됐다. 두 원전은 모두 절대군주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국가와 개인의 갈등, 공익과 사익의 문제, 법치(法治)와 민주주의의 가치 등을 그 뿌리에서부터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 무한경쟁의 세계화 시대에 새로운 해석을 기다리는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힌다.

대중들이 쉽게 책을 접할 수 없는 시대에 만들어진 두 원전이 오늘날 대중민주주의 시대에 어떻게 새롭게 해석될 수 있을 것인가. 살림출판사가 기획한 시리즈 'e시대 절대 사상'의 1, 2권으로 나온 두 해설서의 저자 장현근(용인대 중국학).김용환(한남대 철학) 교수가 안내하는 동양 고대와 서양 근대 초기의 법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두 원전은 모두 출간 이후 극단적 비판을 받았다. 홉스가 쓴 '리바이어던'은 한때 금서였다. 그러나 오늘날 이 책이 근대 정치사상의 토대를 놓았음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왕의 권력은 신이 내린다는 '왕권신수설'이 상식으로 통하던 17세기 영국에서 '리바이어던'은 국가 권력은 자유로운 개인들이 자신의 생존권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계약을 통해 만들어냈다는 '사회계약설'을 주장했다. 사회계약설은 기독교 세력이 막강하던 당시엔 기성 정치에 대한 강력한 도전이었다.

2000여년 전 진나라 때 상앙이 쓴 '상군서'는 고대 법가(法家)의 통치서였다. 따라서 덕치(德治)를 강조한 공자.맹자가 맹위를 떨쳤던 한나라 이후 정치 무대의 뒷전으로 몰릴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의 군주학 교재였던 '한비자'에게로 이론이 계승된 '상군서'에 대한 관심이 아예 식었던 적은 없다. '외유내법'(外儒內法) 이란 말이 전해지는 데에서 알수 있듯, 겉으로는 유가의 옷을 입었지만 당대의 리더를 꿈꾸는 이들은 '상군서'를 탐독하며 '냉혹한 리더십'을 익혀왔던 것이다.

두 원전의 인간성에 대한 기본 시각은 성악설과 닿아 있다. 맹자와 동시대인이면서 상반된 견해를 내놓은 상앙은 특히 그러하다. "백성들은 순전히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행위를 할 뿐이다" "사람의 성정은 좋아하는 것이 있고 싫어하는 것이 있다. 이를 잘 이용함으로써 인민을 다스릴 수 있다"라는 표현처럼 인간을 이기적 존재로 봤다. 인의.도덕 같은 우리에게 익숙한 유교의 덕목들을 배척한 '상군서'는 동아시아 전통 사회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보게한다. 상앙의 목표는 오로지 부국강병이었다. 요즘 말로 하면 절대적 국가주의를 지향했다. 왕이 당근과 채찍의 상벌제도를 밝혀 놓은 법을 엄격하게 집행하는 것이 나라의 질서를 잡는 근본이라 생각했다.

홉스는 인간의 자연상태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상태" "인간은 인간에 대해 늑대와 같다"는 식으로 본다. 이기적 정글 상태를 벗어나 안전을 확보하는 길은 개개인이 자신들의 권리를 이양해 인공적 권력, 즉 국가를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국왕과 백성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돌려놓았다는 점에서 홉스가 비록 절대군주제를 지지했다 하더라도 근대적 인간이라 할 수 있다.

두 원전은 다 법치를 얘기하지만 '상군서'는 군주 입법이고 '리바이어던'은 계약법이다. 고대 동아시아에 상세한 법의 정신이 있었다는 점을 예사로 넘길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근대 이후 서양이 동양을 압도할 수 있었던 힘은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을 인정한 계약법의 정신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두 원전은 각기 당대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처방으로 국가.권력에로의 힘의 집중을 제시했다. 하지만 오늘날은 국가의 힘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때론 부담이 되는 시대다. '리바이어던'이란 제목은 구약성서 욥기에 나오는 '무적의 힘을 가진 바다 동물 이름'에서 따왔다. 홉스 시대엔 막강한 종교 권력에 맞서기 위해 '무적의 힘'이 필요했다. 오늘날 리바이어던의 '무적의 힘'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개인의 안전과 행복을 확보하기 위한 이 시대의 사회계약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 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고전들이다.

배영대 기자

*** 책갈피

"성인이 나라를 다스리는 방법은 상과 형벌, 교육을 통일시키는 것입니다. 상을 통일시키면 군대가 무적이 되고, 형벌을 통일시키면 명령이 모두 이행되고, 교육을 통일시키면 백성들이 군주에게 복종합니다." '상군서' 중에서.

"당신도 나와 마찬가지로 당신의 모든 권리를 그에게 주어 그가하는 모든 행동에 권위를 부여한다는 조건 위에서 나는 나 자신을 지배하는 권리를 이 사람 또는 이 합의체에 양도한다." '리바이어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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