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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예술섬·돔구장 서울시의회서 제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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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시가 추진하던 한강예술섬(이촌동)을 비롯해 행복타운(신대방동), 돔구장(고척동) 사업 등이 줄줄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시의회가 서울시가 제출한 내년도 공유재산관리계획안 심사에서 사업성을 문제 삼아 예산을 깎거나 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동욱(민주당·도봉 4) 시의회 행정자치위원장은 15일 “시의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투자 대비 효과 분석이 제대로 안 된 대형 토목공사의 사업비를 삭감했다”고 말했다.

 한강예술섬은 2014년까지 6300여억원을 들여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를 비롯해 9만9102㎡ 규모의 복합문화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시의회는 재원 확보 방안, 사업규모, 사업기간, 연도별 투자비 등에 대한 검토가 미흡하다는 점을 들어 예산을 깎았다. 서울시가 신청한 내년도 사업비 1000억원 가운데 87억원을 들여 부지 5020㎡를 매입하는 안만 통과시켰다. 한강예술섬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땅은 사되 공사 속도는 늦추라는 주문이다. 김 위원장은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도 짓는 데 10년이 걸렸다”며 “서울의 대표 문화공간을 4년 만에 서둘러 짓지 말고 신중히 추진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시의회는 노인 인구 100만 명 시대에 대비하겠다며 서울시가 동작구 신대방동에 1414억원을 들여 5만6576㎡ 규모로 지으려던 노인 행복타운 신축 사업도 중단시켰다. 주변의 인구에 비해 시설 규모가 너무 크고 외곽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또 구로구 고척동에 1407억원을 투입해 서남권 돔야구장을 신축하는 안 역시 투자 적정성을 재검토하도록 했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시의회가 초등생 무상급식비 확보를 위해 시의 사업비를 깎으며 집행부를 압박하려는 속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내년엔 올해보다 세수가 더 줄 것으로 예상해 15%가량 감축해 예산을 짜면서 대형 토목공사는 계속 하겠다는 서울시의 입장을 이해 못 하겠다”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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