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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정부도 "일본 영토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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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0여년간 울릉도와 독도 관련 역사를 연구해 온 일본학자가 '역사적으로 독도는 일본의 영토라고 할 수 없다'는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논문은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시마네(島根)현과 인근 돗토리(島取)현의 고문헌을 근거로 했다.

나이토 세이추(內藤正中.75.사진) 시마네대학 명예교수는 지난해 말 '다케시마(독도) 문제의 문제점'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다케시마(竹島)는 독도의 일본식 표현이다. 논문은 "일본 정부가 과거 두 차례 공식적으로 '다케시마는 일본의 영토가 아니다'라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두 차례는 1695년 당시 일본 최고권력 기관인 막부와 지방정부인 돗토리 번(蕃)사이에 오간 공문서, 1877년 메이지 정부가 시마네현에 보낸 지령이다. 내무성 조사를 거쳐 만들어진 메이지 정부 지령은 울릉도와 부속도서(독도)는 본국과 관계 없다는 내용이 골자다.

나이토 교수는 또 일본 정부가 1905년 각의 결정과 시마네현 조례에 따라 독도를 일본 영토로 편입하면서 '무주지(주인없는 땅) 선점'원칙을 근거로 삼는 데 대해서도 비판했다. 최근 시마네현에서 그를 만났다.

◆돗토리현 공문서=1693년 울릉도 근해에서 조선인이 일본 어민에게 납치된 사건을 계기로 조선정부와 일본 막부가 3년간 울릉도의 영유권을 놓고 다퉜다. 그 과정에서 막부가 '언제부터 울릉도가 돗토리번에 속하느냐'고 묻자, 돗토리현은 '울릉도와 독도는 우리 섬이 아니다'라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나이토 교수는 "이에 따라 막부는 다음해부터 돗토리 어민들의 울릉도 도항을 금지했다"고 밝혔다. 이 문서는 돗토리 현립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돗토리 번사'에 전해져 온다. 나이토 교수는 "일본 학자들은 이 문서의 존재를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무시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 학자들에게도 돗토리현 공문서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근거없는 '무주지 선점'=나이토 교수는 "1900년 대한제국 칙령으로 독도를 영토로 확인했으므로 (일본 정부가 독도를)'무주지'라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선점'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 일본 어부들이 고기잡이 도중 독도에 머무른 시간은 1년 중 열흘도 안 됐기 때문에 선점이라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당시 일본 정부 문서가 독도를 '량코르'섬이란 서양식 이름으로 표기하거나, 시마네현은 '새 섬'(新島)이라 기록하는 등 명칭이 불확실했다"며 "이는 영유의식이 없었던 증거"라고 밝혔다. 나이토 교수는 2000년 '울릉도와 일조 관계사'를 일본 문부성 지원금으로 출판한 바 있다. 그는 "국제법적으로 독도의 귀속 여부에 대해서는 나의 연구범위를 넘어서는 문제"라고 말했다.

마쓰에(시마네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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