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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신라 종소리 되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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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통일신라시대의 종이 전통 종 제조 방법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국립중앙과학관은 804년 주조됐다가 1950년 한국전쟁 중 오대산 월정사 화재와 함께 파손됐던 선림원종(사진.높이 120㎝, 무게 1t)을 원형대로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종의 복원에는 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전승돼 오다가 일부 문헌에만 남아 있는 '청동 밀랍 주조' 방식이 적용됐다. 벌집에서 추출한 밀랍과 고운 진흙 돌인 니암(尼岩)을 이용하는 이 주조방식은 모래를 사용하는 중국식 '사형 주조'방식에 밀려 조선 중기에 자취를 감췄다. 종의 형태와 문양은 한 학자가 파손 전 찍어놓은 이 종의 사진과 춘천박물관에 보관해 온 파편을 토대로 재현했다.

이 종의 복원에는 국립중앙과학관 과학기술사 연구팀과 중요무형문화재인 주종장(鑄鐘匠) 원광식씨가 참여했다. 제작진은 내화벽돌로 속 거푸집을 만든 뒤 종의 문양을 본뜬 밀랍을 붙였다.

여기에 다시 겉 거푸집을 붙인 뒤 열을 가해 밀랍을 녹여 빈 공간을 만들고 이 공간에 청동 쇳물을 부어넣어 종의 형태로 만들었다. 복원된 선림원종을 쳐 본 결과 우리 전통 종의 고유한 특징인 '맥놀이 현상'(주기적으로 '웅~웅'소리가 나는 것)도 뚜렷했다.

이번 성과로 경주박물관에 있는 성덕대왕신종(일명 에밀레종)도 복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1200여년 전에 만들어진 에밀레종은 일부 균열돼 지난해부터 타종이 중지된 상태다.

그동안 똑같은 소리와 형태의 종을 만들기 위한 시도가 여러 번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윤용현 국립중앙과학관 연구관은 "학계에서 '청동 밀랍 주조 방식으론 에밀레종 같은 큰 종을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는 의견까지 나왔지만 이번 복원으로 그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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