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런 상태론 내신대입 못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학부모한테서 돈을 받은 교장은 교사에게 학생의 성적조작을 지시한다. 학부모의 향응에 빠진 교사는 시험지를 유출하거나 답안지를 바꿔치기하고 공적이 없는 학생에게 표창장을 준다. 대학 입학처장은 직접 출제한 수시 논술고사 문제와 답안을 아들에게 줘 자신이 재직 중인 학교에 보란 듯이 합격시킨다. 도대체 어디부터 치유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한국 교육이 엉망진창으로 표류하고 있다.

성적조작에 연루된 학교와 교사, 학부모는 극히 일부라고 믿고 싶다. 대다수 학생은 여전히 학생부 점수를 1점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밤잠을 줄여 공부한다. 학생의 성적을 공정하게 평가하기 위해 고심하는 교사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터져나온 수능부정 행위와 교사의 내신변조는 선량한 학생들의 마음에 심각한 상처를 남기고 있다. 열심히 노력해 답안지를 작성했는데 교사가 다른 학생을 위해 이를 베끼고 있으니 얼마나 기가 막힌가. 교사의 성적조작으로 석차가 밀려났다면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은 없다. 성적 부정이 계속되는 한 학생부 위주의 2008학년도 대학입시는 불가능하다. 누가 엉터리 학생부를 믿겠는가. 학부모의 치맛바람은 더욱 거세져 고교의 성적 처리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반면 대학은 성적 부풀리기와 조작으로 변별력이 부족한 학생부의 반영비율을 낮출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 성적을 믿지 못하는데 무슨 학생부 반영인가. 입시에 대한 불신만 고조될 것이다. 핵심은 학생부의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교육부가 기껏 대책이라 내놓은 것이 담임의 시험감독 금지다. 시험감독 바꾼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시험감독도 못할 만큼 불신받는 담임을 보는 학생들의 시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교육계 원로들이 자신의 종아리를 채찍질하며 교단의 각성을 촉구하는 이벤트로 해결되지 않는다. 너무나 원론적이지만 교사의 자질과 도덕성이 높아져야 한다. 교사평가제를 실시해 부적격 교사를 추방하는 대대적인 교단정화운동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