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 2년] 下. 노동 정책 2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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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첫해에는 노동 정책이 왔다갔다 했지만 지난해에는 원칙과 균형을 제대로 지킨 것 같다." 노사정위원회 관계자는 참여정부의 노동 정책을 이렇게 평가했다.

참여정부 출범 첫해인 2003년 두산중공업과 화물연대 파업이 발생했을 때 정부는 대화와 타협이라는 자세로 임했다. 노동계의 요구가 정당하면 다소의 불법은 수용하는 분위기였다. 권기홍 당시 노동부 장관은 두산중공업 파업 현장에 직접 내려가 파업으로 인한 임금손실분 50% 보전 등 노동계의 요구를 들어줬다. 새 정부가 지나치게 친노동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해 2월 취임한 김대환 장관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노사문제는 노사 자율에 맡기되▶불법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는 원칙을 지킨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6월 보건의료노조가 13일간 파업을 벌였을 때 정부는 파업 기간 내내 직접 개입을 자제했다. 노동부 관계자가 현장에 있었지만 상황을 지켜보는 정도였다.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응급실 등 필수 업무 유지를 조건으로 직권중재 결정을 보류했다. 덕분에 최초의 합법 파업에 들어간 보건의료노조는 극한 대립을 피하며 산별교섭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반면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했다. 직권중재에 회부돼 '15일간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을 어기고 불법 파업에 들어간 LG칼텍스정유와 서울지하철노조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했다. 이러한 정부의 대응에 따라 대형 노사 분규의 파업 일수가 단축됐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사흘 만에 파업을 끝냈고, 전국공무원노조의 파업 역시 사흘을 넘기지 못했다. 노동연구원 배규식 연구위원은 "노사정이 노사분규에 대해 '법과 원칙' '대화와 타협'이라는 두 가지 수단을 유연하게 사용함으로써 극단적 대결을 피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노사 간의 첨예한 대립을 조정하는 능력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김 장관은 지난해 11월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은 학생.재야세력이 만든 민주화 공간에 편승한 것"이라고 말하는 등 노동계를 자극하는 말을 자주 했다. 이런 강성 발언이 노사정 관계를 경직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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