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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보는 세상] 載舟覆舟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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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공자가 어느 날 자하(子夏)에게 물었다. “상(商, 자하의 이름)아, 너는 임금이 임금 노릇 한다는 것의 의미를 아느냐?(商, 汝知君之爲君乎)” 자하가 대답했다. “물고기가 물을 잃으면 죽는 것이요(魚失水則死), 물은 물고기를 잃어도 여전히 물인 것과 같습니다(水失魚猶爲水也).” 이 말을 들은 공자는 “상아, 너는 임금이 어떤 자리인지 잘 알고 있구나”라고 답했다.

 중국 제자백가(諸子百家) 중 잡가(雜家)에 속하는 ‘시자(尸子)’에 나오는 이야기다. 시자는 진(秦)나라 재상 상앙(商鞅)의 식객(食客)이자 브레인으로 알려진 사람이다. 그는 백성을 물에, 임금을 물고기에 비유했다. 백성은 임금이 없어도 괜찮지만, 임금은 백성 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성군으로 이름난 요순(堯舜)도 항상 백성을 섬기는 데 근신했다. 위징(魏徵)은 당(唐) 태종에게 이 점을 늘 상기시켰다고 『정관정요(貞觀政要)』는 전한다.

 ‘물은 배를 띄우지만, 배를 뒤집어 업기도 한다(水所以載舟, 亦所以覆舟)’. 진수(陳壽)의 『삼국지(三國志)』를 비롯해 『순자(荀子)』, 『공자가어(孔子家語)』 등 여러 문헌에 보이는 문구다. 여기서는 임금을 물고기가 아닌 배에 비유했다. ‘백성은 임금을 받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임금을 해칠 수도 있다’는 뜻의 ‘재주복주(載舟覆舟)’란 성어가 여기서 나왔다.

 백성과 권력의 이런 관계를 꿰뚫은 정치가가 바로 마오쩌둥이었다. 그는 공산당원들에게 늘 인민대중과의 관계를 물과 물고기, 피와 살[血肉]에 비유했다. 오직 백성을 위해 일하며 절대 사리(私利)를 추구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중국 공산당이 류샤오보의 노벨 평화상 수상에 화내고 있다. 서방이 중국을 평화적으로 붕괴시키려 한다는 ‘화평연변(和平演變)’ 논리를 내세운다.

북한에서는 김정은의 세자 책봉식이 요란한 군사퍼레이드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베이징에서는 오늘부터 중국공산당 17차 5중전회가 열린다.

5세대 지도부로의 권력승계 프로세스의 중요한 단계다. 북·중 모두 권력이양의 성공은 민심에 달렸다. 민심을 잘 읽고 거스르지 않는 것이 성공 포인트다. 한국의 통일 방안과 대중국 외교전략도 자의적인 예단이나 바람보다는 북·중의 밑바닥 민심 읽기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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