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지방세 체납 징수, 민간 위탁 검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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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이에 지방세 체납액에 대한 체계적인 징수방법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졌다. 그럼 누가 징수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효율적인가. 당연히 지방세를 부과·징수하고 관리하는 해당 지자체가 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행정인력의 현실을 보면 꼭 해당 지자체에 맡기는 것만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다. 업무량에 비해 인력은 늘 부족하다. 담당 공무원은 체납정리만 하는 게 아니라 각종 세금의 부과·징수, 세무조사 및 납세서비스 등을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방세 체납 징수업무를 민간 추심회사에 위탁하는 방법을 심도 있게 고려해볼 만하다. 이미 외국에선 지방세 체납 징수를 민간에 맡기고 있다. 미국의 경우 41개 주정부와 수백 개 지방자치단체에서 30여 년간 체납 지방세를 경쟁입찰로 민간에 위탁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2005년 3월 ‘규제개혁, 민간개방 추진 3개년 계획’을 마련, 지방세 및 공공보험료 등의 체납징수 업무를 민간에 위탁했다.

물론 새로운 별도의 국가출연기관 형태로 체납 전담기관을 신설하거나, 관련 공기업에 지방세 체납징수를 의뢰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전담기관을 신설할 경우 전국단위 조직을 운영해야 하므로 비용이 많이 들게 된다. 공기업이나 정부출연기관에 체납징수를 의뢰하는 것도 공공부문을 축소하자는 큰 흐름에 어긋난다.

과거에도 지방세 체납징수 업무의 민간위탁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미 지난 5월 체납된 지방세의 징수에 관한 일부 업무를 채권추심회사 등 민간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만일 지방세 체납 업무를 민간에 위탁한다면, 채권회수 과정에서의 여러 불법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조건이나 환경이 조성돼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즉 채권회수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막고, 개인의 신용정보 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장치가 사전에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채권회수에 대한 각종 제도가 개선됐다. 우선 불법채권추심행위 및 신용정보 유출 등을 방지하기 위해 채권추심회사는 금융위원회의 설립허가와 금융감독원의 감독 및 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 2009년 8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채권추심회사의 불법추심행위와 개인 신용정보 유출 등을 감독할 장치가 마련됐다.

또 채권추심회사의 업무 대상은 ‘상법상 상거래로 인한 상사채권’이나 ‘판결 등으로 권원(權原)이 인정된 민사채권’으로 한정된다. 이처럼 채권회수 과정에서의 불법행위와 개인신용정보의 유출 방지에 대한 법적·제도적인 개선은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해 있다. 단, 채권추심회사를 사설 추심업자나 사채업자로 오해하는 일반인의 인식을 바꾸는 노력은 계속해야 할 것이다.

현재로선 우선 지방세 체납징수를 민간에 위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 법률이 마련된다면 지자체에 보다 효율적으로 지방세 체납액을 관리할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셈이다.

심태섭 한국세무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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