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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계열 54명 훈포장] 여운형 훈장, 딸 여원구가 받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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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가보훈처는 22일 몽양 여운형에 대한 건국훈장 대통령장 수여를 공식 발표하며 "이 훈장을 남북 유족 중 어디서 받아야 할지 여러 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법에 따르면 훈장 수령자 1순위는 북한에 있는 몽양의 딸 여원구(77) 최고인민회의 부의장이다. 여 부의장은 대남 선전기구인 조국전선 중앙위원회 의장도 맡고 있는 거물급이다.

우리 상훈법은 수령자 우선순위를 배우자→직계비속→보훈처 지명 대리인으로 하고 있다. 남한 내 유족은 몽양의 동생 고 여운홍씨의 후손들이어서 직계비속인 여 부의장의 뒷순위다. 또 북한 사람에게 주면 안 된다는 규정도 없다. 보훈처 관계자는 "상훈법 규정으로만 따지면 여원구씨라고 못 받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유족연금을 누가 받느냐는 문제도 있다. 독립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에는 직계비속만이 유족연금을 받는다. 몽양의 등급은 매월 130만원이 나간다. 여 부의장이 이 돈을 받으려면 대한민국 보훈처에 자신이 '국가유공자'라고 등록해야 한다. 신용하 보훈처 공적심사위원장은 "우리 생각으로는 그쪽(여원구씨)에 주고 싶다"며 "하지만 수령 의사를 밝힐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남측 유족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훈장 수령자는 당연히 자신들이라는 주장이다. 일부는 "몽양 선생에게 1등급 대한민국장이 아닌 2등급 대통령장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며 수령 거부 가능성도 밝히고 있다.

이날 보훈처가 발표한 3.1절 훈.포장 수여자는 165명으로 조선노동총동맹 집행위원 권오설, 조선공산당 책임비서 김재봉, 조선건국동맹 조동호 등 사회주의 독립운동가 54명이 들어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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