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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조건부 6자회담' 선언 이후] 한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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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정부 당국자들은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며 안도하는 모습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북한의 추가 조치 등으로 인해 최악의 상황으로 국면이 악화될지 모른다는 우리의 우려를 덜어주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정 장관은 "방북한 왕자루이 부장을 통해 ▶북핵은 용납할 수 없으며▶6자회담의 틀 안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어 "6자회담이 비록 교착상태에 빠져 있지만 개성공단 개발 등 남북 협력사업은 예정대로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비료 등 인도적 지원을 핵 문제와 연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비록 "북한이 무슨 일을 해도 일방적으로 지원만 한다는 것은 아니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비료 지원에 대해 전날까지 극도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던 것과는 분명 달라진 모습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계기로 정부가 한결 여유를 찾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도 이날 "김 위원장의 발언은 분명 긍정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반 장관은 "정부는 '6자회담을 거부한 적 없다'는 김 위원장의 언급이 북핵 문제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풀기 위해 협상의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보다 정확한 분석은 중국 정부로부터 자세한 내용을 전해 듣고 정밀 평가작업을 거친 뒤에야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부 관계자는 "대북 압박에 대한 국내외 강경파의 목소리가 점점 커가는 시점에 김 위원장의 발언이 나왔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계기로 보다 여유있게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외교적 교섭에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의 추가 조치는 물론 미국.일본 등의 대북 압박에 대한 우려까지 동시에 해소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대화 분위기 조성에 보다 적극 나설 방침이다. 당장 이번 주 중 한.중 실무접촉, 한.미.일 3국 협의회, 한.러 비공식 실무협의 등 연쇄 회동을 추진 중이다.

박신홍.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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