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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건강하게 회식하는 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헬스코치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단연 우리 나라 직장인들의 건강을 해치는 문화가 있다면 바로 음주회식일 것이다. 특히 회사는 상하관계와 업무관계가 어우러져 최악의 간 파괴공간, 복부비만생산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업무의 어려움이나 껄끄러움은 회식자리에서 오고가는 술잔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회사처세의 비방이 정석처럼 내려온다. 술을 잘 못먹거나 신념상 먹지 않는 사람은 꽉 막힌 사람이나 회사에 충성을 다하지 않는 사람으로 오인되어 소외되는 상황까지 적지 않다. 회식자리에서는 자리를 돌며 술잔을 열심히 돌리는 사람이 진정한 회사맨이다. 두주불사형의 그들이 있는 한 회사의 회식은 항상 박진감 넘치고 자기 희생적이다.

회식은 술뿐만 아니라 고열량 안주와 해장꺼리라는 지방축적제를 항상 동반한다. 이러다보니 회사생활을 오래할수록, 밤의 회사생활을 열심히 할수록 복부비만은 심해지고 간에는 기름이 끼고 혈관은 탁탁해진다.

건강관리의 필요성을 잘 알고 현재 대사성증후군 위기 상황인 김과장에게 술을 자제하고 안주를 줄이라고 했더니 도저히 미션임파서블이라는 것이다. 회사와 집밖에 모르는 그에게 회식은 도저히 피할수 없는 또 하나의 업무인 것이다.

나는 가능하면 음주를 사적인 영역으로 한정할 것을 제안한다. 공적인 공간에 음주 여건을 가져오지 말아야 한다. 몇 명의 사원이 모여 술을 마신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자신들의 책임 하에 이루어지는 사적 행위이다. 모든 손실은 개인이 감당할 몫이다. 음주로 인한 공적 손해와 피해에 대해 반복해서 교육하고 위험사원들에게 강한 핸디캡을 주라. 음주습관과 건강행위는 결코 공존할 수 없다. 술에 매인 몸은 어떤 건강행위를 동원해도 건강상태로 진전할 수 없다. 둘 중 하나는 퇴장하거나 끝장나야만 한다.

한국인들의 음주습관은 자기 파괴적이며, 후유증이 심하다. 밤마다 삼삼오오 모인 직장 동료들이 먹고 죽자를 소리쳐 외친다. 폭탄주로 대변되는 직장 술회식 문화는 개인의 건강이나 안녕을 넘어 기업에게 막대한 손실을 초래한다. 그 손실을 건강파괴에 따른 미래가치 소멸은 물론, 지금 당장 벌어지는 업무공백, 능률저하, 의욕상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당장 그다음날 아침의 충혈된 눈과 쓰린 속을 부여잡는 사무실 풍경은 그 대변에 다름아니다. 과학적인 데이터를 집계한 적은 없으나, 그 피해를 따진다면 천문학적일 것이다. 주로 술 먹기로 지새는 밤샘 회식문화는 기업의 기억력과 미래 기획력을 감퇴시키는 과거 지향적, 현재답습형의 팀워크다. 미래의 비전이 아니라 감성, 연고, 안면, 친분 등을 들먹이며 현상유지에 바쁜 이율배반적 팀플레이다. 이런 조직은 조직원의 창의력과 비전을 발생 초기에 차단한다. 당연히 그 배타성으로 인해 유연성과 개방성을 잃기 쉽다.

포스코는 술잔 안 돌리기 운동 등을 통해 회사 차원에서 건전한 음주문화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론 술잔 안 돌리기 운동이 과음하는 음주문화를 전향적으로 개혁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한국의 강력한 음주문화와 일정 정도 타협한 절충안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 기획하고 설정해야 할 목표는 자명하다. 궁극적으로는 공적 공간에서 술 먹기를 사라지게 만드는 일이다.

서로를 보살피는 건강회식법

하나, 술정량제
먹다보면 한정 없이 먹는 게 술이다. 모두들 잔뜩 취해야 그날의 미션이 끝나는 것으로 여겨 모두가 쓰러질 때까지 끝장을 보겠다고 달려든다. 과유불급, 오늘 먹을 술의 양을 정하고 술을 먹자. 취기가 오를 정도의 술만 미리 주문한 뒤 일체 술 주문을 더 하지 말자. 상사가 그날 술 주문량을 미리 정해놓고 단속하는 방법도 괜찮다.

둘, 술휴식시간
술에 집중하고 술잔만 돌리기보다는 적당한 시간에 일어나 스피치를 하거나 분위기를 환기하는 게임 등을 통해 술이 사람을 지배하는 상황에 제동을 거는 술휴식시간이 필요하다. 대화에 약한 우리 직장인들은 멋쩍을 때마다 술에 몰두한다. 가급적 그 다음 술자리는 차를 마신다든가, 가볍게 칵테일 한 잔씩을 마실 수 있는 장소를 선택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셋, 음주습관 길들이기
- 개인은 술자리에서 안주를 줄이는 습관을 들인다. 술을 먹기 위해 안주를 먹고 안주를 많이 먹다보면 또 술을 더 먹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안주 없이 술을 마시다보면 많이 먹지 못한다. 당연히 야식으로 인한 비만 걱정도 던다.
- 잔 돌리기를 자제한다. 잔을 돌리다 보면 무리해서 술을 먹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자신의 페이스를 조절할 수 없게 만드는 잔 돌리기를 삼가면 술 섭취량은 줄어든다.
- 술을 먹을 때 물을 많이 마신다. 물을 많이 먹다보면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리는 시간들이 늘고 이는 자동적으로 술 먹는 절대시간을 줄인다. 알코올을 희석시켜 위에 가하는 부담도 줄인다. 또 물이 들어가 위를 빨리 채우므로 총 알코올섭취량이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
-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술은 돌려야 맛이고 취해야 멋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는 일이다. 적당히 마셔 기분이 좋고 마음이 즐거우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넷, 그밖에도 귀가 시간을 정해놓고 회식자리를 마련한다든가, 함께 공연 관람하는 시간을 회식 가운데 끼워 넣는다든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어 술 섭취량을 줄일 방법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본은 물론 한국의 술회식이 가진 파괴성에 공감하는 일이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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