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고 전시하며 한지의 매력 알리는 주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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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는 우리 고유의 전통기법으로 만드는 종이다. 지금 우리 생활 속에서는 한지를 쉽게 찾아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예전에는 글을 쓸 때 뿐 아니라 창문, 가구 등에 다양하게 사용했다. 이러한 한지의 다양한 모습에 푹 빠져 봉사, 전시로 한지의 매력을 알리려는 주부들이 있다. 바로 분당 한지공예동호회 ‘한지뜨락’ 회원들이다.

봉사로 뭉친 한지공예 선생님들

 지난달 28일~30일 정자동청소년수련관에서는 우리 이웃이 만든 한지공예품, 닥종이공예품, 수채화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렸다. 전시장 한 켠에는 갖가지 색상, 크기, 형태의 한지공예품이 놓여 있었다. 올해로 4년째 활동하고 있는 ‘한지뜨락’ 회원들의 작품이었다.

 한지뜨락은 10년 가까이 지역 문화센터 한지공예 강사로 활동해온 김임진(48·분당동)씨로부터 시작됐다. 김씨와 제자 8명이 봉사를 목적으로 의기투합하면서다. 김씨는 “모여서 작품을 만들고 색상, 디자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던 중 취미가 좋은 일로 이어질 수는 없을까 하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결국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가 무료로 공예를 가르쳐주자고 뜻을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두가 한지공예 강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때마침 성남문화재단의 사랑방클럽을 통해 보봐스병원, 수도병원, 지역 내 요양원 등에서 강의를 통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박경미(40·금곡동)씨는 2006년부터 수도병원에 입원한 군인들에게 공예수업을 열고 있다. 그는 “군인이 무슨 한지공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꼼꼼함에서 여성보다 한수 위”라고 칭찬한다. 특히 작품의 기본인 틀조립을 뒤틀리거나 어긋남이 없어 잘해 예쁜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단다.

 보봐스병원 봉사를 맡고 있는 최희정(47·서현동)씨는 한지공예의 장점으로 연령에 상관없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점을 꼽았다. 최씨는 “손을 많이 쓰기 때문에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며 “시간을 들여 작업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집중력 향상에도 좋다”고 말했다.

한지의 무궁무진한 매력에 홀리다

 이들이 한지공예를 시작한 이유는 다양하다. 김씨는 규방공예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다. 그는 “예단함의 참새는 기쁨, 매화는 인내, 대는 남편을 의미하는 등 문양 하나하나가 모두 우리의 전통문화”라며 “작품을 만들 때마다 전통을 배우는 재미가 더해졌다”고 말했다. 색 배합을 하다보니 보색대비를 비롯한 미술의 기초이론도 쉽게 익힐 수 있었다.

 박씨는 딸의 학교에서 열리는 엄마작품전시회 출품을 목표로 한지공예를 시작했다. “아이가 엄마도 참여를 하라는데 내놓을 작품이 없더라고요. 한지공예는 색이 예뻐서 괜찮으려니 하고 무작정 시작했죠.” 그는 “손재주가 없는 사람도 망설이지 말고 도전할 것”을 권했다. 최씨도 골재를 조립하다가 기본 틀 조립이 잘못돼 버리기도 하고, 마감칠을 망쳐 칠을 다 벗기기 일쑤였단다. 그러나 몇 차례 반복했더니 어느새 장식장 하나를 만들 실력이 됐다. 최씨는 천연 종이인 한지로 친환경 인테리어를 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한지공예는 만들 물건의 기본 틀을 짠 후 흰색 한지로 하는 초배, 색지 붙이기, 문양 넣기, 마감칠의 과정을 거친다. 낡은 가구를 리폼할 때는 사포로 표면을 깨끗하게 긁어낸 후 초배부터 다시 하면 된다. 똑 같은 작품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는 게 한지공예의 매력. 한지는 손으로 염색을 하기 때문에 같은 빨강이라도 염색할 때마다 조금씩 차이가 난다.

 보통 2년 정도 공예를 하면 소품은 1~2주, 장식장은 3~4주 정도면 만든다. 그러나 자기 시간을 내기 어려운 주부들로 이뤄져 있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천차만별이다. 한지공예품이 하나씩 늘어나면 처치 공간도 부족해지게 마련이다. 박씨는 “가구를 하나씩 만들기 시작하고부터 집이 좁게 느껴졌다”며 “작품을 팔려고 해도 손으로 만든 수공예품인지라 가격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한지뜨락은 일년에 3~4회 전시회를 가진다. 올해는 5월 보봐스병원, 6월 성남시청, 9월 정자동청소년수련관에서 전시를 했다. 전시는 회원들과 회원들로부터 한지공예를 배우는 사람들의 작품을 함께 내놓는다. 전시회장에서 간단한 한지공예 체험행사도 함께한다. 김씨는 “전업주부들에게 내 작품이 남에게 기쁨이 된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문의=031-729-7797

[사진설명] 한지 공예의 매력에 푹 빠진
‘한지뜨락’ 회원 최희정·김임진·박경미씨.(왼쪽부터)

<신수연 기자 ssy@joongang.co.kr 사진="김경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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