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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F1 시대 ④ F1에 숨은 과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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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더 빨리 달리고 싶다’는 F1 욕망에는 끝이 없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달리기 위해 인간이 거둔 모든 과학적 성과를 총동원하고 있다.

기계 공학은 물론 맞바람을 제어하기 위한 공기 역학도 활용된다. 끈끈이주걱처럼 지면에 찰싹 달라붙는 타이어를 만들기 위해 화학이론도 끌어 왔다.

◆공기역학, 스피드 향상의 핵심

F1 머신에 적용되는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공기 역학이다. 흔히 에어로 다이내믹이라고 한다. 머신의 디자인이 속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시속 300㎞ 이상으로 달리는 머신엔 맞바람이 최대의 적이다. 공기를 제어하지 못하면 머신은 바람이라는 벽에 부딪혀 앞바퀴부터 위로 들리며 산산조각 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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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역학 기술은 비행기가 뜨는 원리인 양력(揚力)을 반대로 적용한 것이다. F1 머신에는 앞날개와 뒷날개가 있다. 두 날개의 위쪽은 평평하고 아래쪽은 유선형이다. 비행기 날개를 뒤집어 단 것과 같다. 머신이 전진하면 날개 아래쪽 공기가 위쪽보다 빠르게 지나가 상대적으로 압력이 낮은 아래 쪽으로 힘이 발생한다. 이것이 다운포스(Downforce)다. 다운포스 덕분에 머신은 시속 300㎞의 속도에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300㎞ 이상으로 달리는 머신은 2500㎏에 가까운 다운포스를 만들어낸다. 이론적으로는 터널 천장에 매달려서 달릴 수도 있다.

올 시즌 레드불이 컨스트럭터스(팀) 순위 1위를 달리는 비결도 머신의 강력한 다운포스에 있다. 다운포스가 강하면 속도를 살리면서 코너를 돌 수 있어 커브가 많은 서킷에서 눈부신 성능을 발휘한다. 레드불은 17개의 중·고속 코너가 배치된 스즈카 서킷에서 10일 열린 일본 그랑프리에서 1, 2위를 휩쓸었다.

◆승부의 변수, 타이어

타이어 성능도 승부에 커다란 변수가 된다. F1 머신은 일반 승용차와 달리 홈이 전혀 없는 슬릭 타이어를 사용한다. 슬릭 타이어는 홈이 있는 타이어에 비해 20%가량 접지력이 높다. 비가 내릴 때에만 홈이 있는 빗길용 타이어로 갈아 끼운다. 홈이 있는 타이어를 쓰는 건 전적으로 빗물을 배출해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서다.

어떤 타이어를 끼는가에 따라 접지력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F1에서는 날씨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전략이다. 맥라렌의 젠슨 버튼(30·영국)이 지난 4월 중국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건 탁월한 타이어 선택 덕분이었다.

그는 초반 보슬비가 내릴 때 빗길용 타이어 대신 슬릭 타이어 일종인 소프트 타이어를 고집했고, 타이어 교체 횟수를 두 번으로 줄이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경쟁자들은 초반부터 빗길용 타이어를 끼우고 달리다 낭패를 봤다. 김재호 MBC ESPN 해설위원은 “15분 후의 날씨를 예측하는 데는 F1팀을 따라갈 데가 없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특수 소재로 안전성 확보

F1 머신의 몸체는 탄소 섬유 사이에 벌집 모양의 알루미늄판을 촘촘하게 끼워 넣은 모노코크 방식으로 설계돼 있다. 지구상에서 무게에 비해 가장 단단한 구조물이다. 운전석은 윗면 7.5t, 측면은 3t의 충격을 받아도 끄떡없다. 드라이버 머리 뒤쪽의 공기흡입구 인덕션 포트(induction port)는 12t의 충격까지 견딜 수 있다. 드라이버에겐 생명을 지키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차량 화재에 대비해 초경량 합성 섬유로 제작한 레이싱복은 600~800도의 고열에도 견딜 수 있다.

김우철 기자

7.5t  3t  12t F1 머신 운전석은 윗면 7.5t, 측면은 3t의 충격을 받아도 끄떡없다. 드라이버 머리 뒤쪽의 공기흡입구 인덕션 포트(induction port)는 12t의 충격까지 흡수해 운전자를 보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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