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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의 중국 산책] 중국의 '거친' 행동은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연걸(李連杰)과 성룡(成龍)이 맞붙으면?
아마 용쟁호투의 싸움이 되지 않을까 싶군요.
한데 두 사람의 무공을 합치면 어떤 사람이 될까요.
정답은 중국 지도자 문제에 관한 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리청(李成)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썬톤차이나센터 연구주임 입니다.

10월 5일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21세기 중국의 리더십을 묻는다'를 주제로 열린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창립 3주년 포럼에서
리청 박사는 중국과 미국에서 닦은 무공을 여지없이 보여주었습니다.

태자당과 공청단파로 나뉘어 경쟁하는
중국 지도부 현황과 중국이 갖고 있는 생각들을
중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이해하기 힘든 내공을 열변으로 토해내
300명이 넘는 많은 분들의 환호를 샀습니다.

시진핑으로 대표되는 태자당이 어떤 생각과 배경을 갖고 있으며,
리커창을 주축으로 하는 공청단이 어떤 생각으로 무장돼 있는지 등,
대중이 알기 쉽게 중국 정치의 흐름을 크게 둘로 분류했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그가 차세대 총리로 지목되고 있는
리커창 상무 부총리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한 대목입니다.

이제까지 외부에선
막판까지 중국의 1인자 자리를 놓고
시진핑과 리커창이 경합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는데,
리청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경합은 커녕,
리커창의 자리가 오히려 왕치산 등 능력 있는 태자당파에 의해
도전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야심 많은 보시라이 충칭 당서기와
패기 만만한 왕양 광둥 당서기 등의 약진으로 인해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시진핑은 그를 대체할 라이벌이 없다는 걸 강점으로 꼽았습니다.

또 천안함 사건에 대한 중국의 '거친' 행동의 원인을
리청 박사는 크게 세 가지 이유로 분석했습니다.
첫째는 때로는 오만으로 비쳐질 수도 있는 중국의 자신감입니다.
둘째는 중국 국내의 네티즌 등 여론의 압력입니다.
세째는 중국이 갖고 있는 미국의 대(對)중국 음모론에 대한 우려입니다.
이 세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중국이 천안함 사건 등에서 한국의 손을 선뜻 들어주지 못하고 있다는 겁니다.

무려 50장이 넘는 슬라이드를 이용한 리청 박사의 열정적인 스피치로 인해
300명이 넘는 청중들은 잠시도 한 눈을 팔 수 없었습니다.
귀한 시간을 내주신 청중들께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특히 질의응답 시간에서 보여진 청중들의 수준 높은 질문으로 인해
리청 박사는 한국의 중국 연구가 대단한 것 같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맨 앞자리에서 경청하신
이영일 한중문화협회 총재께서도 포럼이 끝난 뒤
엄지 손가락을 올리면서
"참 오랜만에 좋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한데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행사에 참석하신, 또 참석은 하지 않으셨던 많은 분들이
리청 박사의 발표 원고를 받을 수 없냐고 요구하신 것입니다.

죄송하게도 드릴 자료는 없습니다.
또 일부라도 드리는 게 금지된 상태임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리청 박사는 글 원고를 준비하지는 않았습니다.
파워포인트를 준비해 사진과 도표 등을 보면서 열변을 토했습니다.
이에 따라 강연은 시각적 효과가 배가된 좋은 측면이 있습니다.

제 생각엔 앞으로의 강연은 이런 식으로 진행될 것입니다.
지적 재산권 문제가 거론되며 파워포인트 파일은 공개되지 않는 것입니다.
결국 발품을 팔아 현장에 옴으로써 귀중한 정보를 얻을 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과거 자료집만을 챙겨
그 안에서 필요한 것만 챙기던 시대는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앞으론 좋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꼭 발품을 팔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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