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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처진 문단' 호되게 난타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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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 '문예중앙'의 편집 동인 권혁웅(左)씨와 심진경씨.

▶ '문학수첩' 편집위원 권성우(左)씨와 방민호씨.

진작에 이럴 줄 알았다. 지난 연말 몇몇 문예지들이 편집위원을 30대 평론가들로 물갈이 했을 때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그 세대교체의 주인공 ‘문학수첩’과 ‘문예중앙’의 ‘2005년 봄 혁신호’가 나왔다. 혁신호란 이름에 걸맞게 두 잡지는 기존 문단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적극적인 대안 모색을 시도한다.
무엇보다 그 비판의 수위가, 이따금씩 들려왔던 문단 내부의 자성과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후 문단 안팎의 대대적인 논쟁도 예상된다.

◆ "문학의 역사성 복원해야"=문학수첩의 머릿글은 출사표가 연상될 만큼 자못 비장하게 읽힌다. 머릿글에 언급된 그들의 문학적 지향이다.

'우리는 지금 이 시대의 문학이 현실에 뿌리박은 사회.정치적 상상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믿는다.'

문학수첩의 문제 제기는 90년대 이후 한국 문학의 주요 흐름이었던 소위 '탈역사적 문학'을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잡지가 '사회.역사적 상상력으로부터 탈각된 사소한 일상과 자폐적 내면'을 현 문학판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바라본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 흥미로운 건 매우 공격적인 몸짓이다. 문학수첩은 90년대 이후 한국 문학에 적극적으로 의미를 부여하고 찬사를 보내는 문학동네와 이 잡지의 류보선 주간을 거명하며 비판한다. '(문학동네의) 최근 비평들을 읽다보면 작품에 대한 단순한 애정 이상의 어떤 필사적인 노력이 느껴'진다는 지적이다. '일부 문학 집단'이 성급하게 전파하는 '문학번영론'에는 전략적인 고려가 깔려 있다고도 했다. 문단의 관심은 문학동네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 "뒤처진 비평이 문제"=문학수첩이 논쟁적이라면 문예중앙은 다소 문학지향적이다. 문예중앙은 문학수첩처럼 현 문단을 직설적으로 공격하지는 않는다. 대신 '우리는 현재의 문학이 경박하고 현실 도피적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문제는 그 발전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비평계의 현실에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기조에서 '새로운 문학의 옹호자'를 자처한다.

그래서 기획특집 제목이 '한국 문학의 새로운 문법'이다. 기존 문단이 '경박하다' 또는 '상업적이다'며 소홀히 대했던 천명관.박형서.윤성희.표명희 등 갓 등단했거나 첫 소설집이 나온 신예의 작품 세계를 새로운 소설 형식과 인간형 구현이라는 관점에서 본격적으로 조명한다. 새로운 문학을 적극 수용하려는 시도는 사실 문예중앙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문예중앙은 주장한다. '이러한 매커니즘(새로운 소설 전개 방식)을 창작의 주요 모티브로 삼은 일군의 작가들이 어느 시점에 빈번히 등장하기 시작했다면, 그것은 창작자 개인의 취향 문제로 다루어져서는 곤란하다. 거기에는 분명 어떤 사회적 연원이 가로놓여 있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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