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PO 3차전] 등장한 어깨 16명…사자는 끈질겼다, 곰은 더 질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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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6-4, 6-8, 9-8.

이보다 더 극적인 드라마가 또 있을까. 두산이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연장 11회 접전 끝에 삼성에 9-8 재역전승을 거뒀다. 1패 뒤 2연승을 달린 두산은 1승만 보태면 2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 4차전은 11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다. 양팀은 선발투수로 레딩(삼성)과 홍상삼(두산)을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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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점, 역전, 재역전=삼성은 6-6으로 맞선 연장 11회 초 두 점을 얻어내 8-6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듯했다.

그러나 두산은 역시 뚝심의 팀이었다. 곧 이은 11회 말 선두 이종욱이 삼성 투수 정인욱에게서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가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김동주와 고영민의 볼넷으로 만든 무사 만루 찬스. 스무 살 프로 2년생인 정인욱으로서는 힘에 부치는 상황이었다.

다음 타자는 임재철. 볼카운트 2-2에서 임재철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았고, 공은 좌익수 왼쪽으로 쭉쭉 뻗어갔다. 2타점 동점 2루타. 기세가 오른 두산은 계속된 무사 2, 3루에서 손시헌이 전진 수비한 삼성 2루수 신명철의 왼쪽으로 빠지는 안타를 터뜨려 대역전극을 마무리했다. 역대 PO에서 네 번째 나온 연장 끝내기 안타였다. 두산 선수들은 마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듯 일제히 더그아웃에서 뛰쳐나와 기쁨을 만끽했다.

끝내기 안타로 연장 혈투에 마침표를 찍은 두산 손시헌(가운데)이 1루를 돌면서 동료들과 손을 마주치고 있다. 손시헌은 8-8로 맞선 연장 11회 말 무사 2, 3루에서 삼성 정인욱으로부터 결승 우전안타를 뽑아냈다. 1패 후 2연승 한 두산은 한국시리즈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연합뉴스]

◆더 나올 투수가 없다=양팀 합해 모두 16명의 투수를 동원하는 총력전이었다. 두산은 9명을 마운드에 올려 역대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투수 출장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두산에서 등판하지 않은 투수는 2차전 선발이었던 히메네스와 4차전 선발 홍상삼뿐이었다.

양팀 선발 김선우(두산)와 장원삼(삼성)이 각각 2회와 3회에 강판당하며 일찌감치 불펜 싸움이 붙었다. 그러나 두 팀 모두 믿었던 불펜 투수들이 잇따라 무너져 막판까지 접전을 펼쳐야 했다.

삼성은 4-2로 앞선 4회 말 철벽 불펜조인 권오준과 정현욱이 3점을 내줘 4-5 역전을 허용했다. 두산은 6-4로 승리를 굳히는 듯했던 8회 초 정재훈이 삼성 대타 조영훈에게 추격의 솔로 홈런을 맞은 것이 뼈아팠다. 이어 등판한 고창성도 박한이에게 1타점 2루타를 내줘 결국 승부를 연장으로 넘겼다.

◆두산 18안타 폭발=이날 경기 MVP(최우수선수)는 11회 말 동점타를 날린 임재철이 수상했다. 임재철 외에도 두산은 상·하위 타선이 고르게 18개의 안타를 합작했다. 1~3번에 배치된 발 빠른 왼손 타자 3인방 중 정수빈은 2안타·2타점, 오재원과 이종욱은 나란히 3안타를 기록하며 팀 타선을 이끌었다. 두산은 김동주와 손시헌도 3안타씩을 때리는 등 최준석·김현수를 제외한 선발 타자 전원이 안타를 때려냈다. 마운드에서는 구원투수 이현승과 왈론드·임태훈이 무실점으로 호투해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신화섭 기자

◆김경문 두산 감독=8, 9회 경기를 끝낼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서 분위기가 삼성 쪽으로 넘어갔다. 연장에 들어가자 선수들이 하나로 뭉쳤고 보기 좋았다. ‘끝났다’고 생각했을 때 역전했다. 역전승 분위기가 있기 때문에 내일도 잘할 것이다. 내일 선발 홍상삼이 오늘 큰형 김선우가 일찍 무너진 것을 봤다. 그만큼 더욱 힘내서 던지길 바란다. 삼성 선발 레딩의 공을 잘 공략하면 좋은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다.

◆선동열 삼성 감독=어린 정인욱(20)이 많은 부담을 느꼈을 것이다. 어쨌든 정인욱은 큰 경험을 했고 좋은 약이 됐을 것이다. 불펜에 크루세타가 있긴 했지만 정인욱은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선수다. (11회를 앞두고 불펜에서 몸을 푼) 차우찬이 ‘던지겠다’고 했지만 오늘만 경기하는 게 아니다. 내일을 대비해야 한다. 아쉬운 것은 중심타선이 제 역할을 못한 점이다. 내일 지면 끝이니 최선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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