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주춤, 펀드 환매 … 국내 주식형 ‘외화내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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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3분기 평균 수익률 7.7%, 연복리로 따져 34.5%’.

3분기 국내주식형 펀드의 성적표다. 화려해 보이지만 전형적인 외화내빈이다. 수익률이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10.3%)에 못 미쳤다. 이유가 뭘까. 정보기술(IT)주의 부진과 펀드 환매, 그리고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격으로 주도주가 휙휙 바뀌는 변화무쌍한 장세 때문이었다.

IT 종목들은 자동차와 더불어 올 상반기 국내 주식시장 상승을 이끌었다. 그러나 3분기에는 힘을 쓰지 못했다. 3분기에 삼성전자는 0.4% 오르는 데 그쳤다. 하이닉스(-11.6%)와 LG디스플레이(-3.9%)는 주가가 하락했다. 이로 인해 IT주 비중이 높은 펀드와 삼성그룹주 펀드 등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상반기에 수익률의 보증수표 격이었던 ‘IT’와 ‘삼성’이라는 단어가 3분기엔 미운 오리 새끼가 된 것이다. 동양종금증권의 김후정 연구원은 “IT·삼성그룹주 펀드 중 대형 펀드가 많아 전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이 낮아졌다”고 분석했다.

펀드 환매도 수익률의 발목을 잡았다. 국내주식형 펀드에서는 올 들어 9월 말까지 13조3500억원, 3분기에만 6조5900억원이 순유출됐다. 운용사들은 주식을 팔아 환매 자금을 마련해야 했다. 갖고 있는 주식을 계속 파는데 수익률이 좋을 리 없다. 이 때문에 3분기에는 펀드매니저들이 머리를 짜내 운용하는 주식형 펀드보다 그저 코스피200 지수를 따라가는 인덱스 펀드의 평균 수익률(10.1%)이 더 높았다.

3분기에는 장세도 변화무쌍했다. 유가증권 시장의 상승을 이끈 업종이 7월 하순에는 화학, 8월 초 철강, 8월 중순에 다시 화학, 9월 초 기계, 9월 중순에는 은행으로 바뀌었다. 100개 안팎의 종목에 투자하는 대형 펀드들은 이런 변화를 좇아가지 못하는 바람에 수익률이 처졌다.

국내주식형 펀드 수익률 최상위는 투자 종목이 적은 펀드들이 줄줄이 꿰찼다. 투자 종목이 30~40개로 보통 펀드(70~80)의 절반 수준인 펀드들이 호성적을 거뒀다. 핑핑 도는 장세에 민첩하게 대응해 수익을 낸 것이다.

수익률 1위는 JP모간자산운용의 ‘JP모간 코리아트러스트펀드(주식)A’(19.8%)였다. 성장성이 크다고 판단하는 3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다. JP모간자산운용의 김성복 이사는 “상반기를 주도했던 IT보다 펀드매니저가 확신을 가졌던 조선과 중국 소비 관련 종목 등에 투자한 것이 빛을 봤다”고 말했다. 2위인 ‘교보악사 코어셀렉션자 1(수식)ClassAf’(17%)의 투자 종목은 40여 개, 3위인 ‘골드만삭스 코리아 자1[주식]종류 A’는 30여 개였다.

3분기에는 투자 종목수가 적은, 날렵한 펀드들이 돋보였지만 장기 성적은 달랐다. 최근 3년간 얼마나 꾸준히 수익을 냈는지를 보는 3년 등급평가에서는 ‘알리안츠 기업가치향상장기[주식](C/A)’가 1위, ‘한국투자 한국의힘1[주식(A)]’가 2위를 차지하는 등 상반기 평가 때 최상위였던 펀드들이 건재함을 과시했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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