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한, 이창호 꺾고 국수전 2연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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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해가 지지 않을 것 같던 이창호 왕국에도 드디어 석양이 깃드는 것일까. 10년 이상 이어져 온 이창호 시대가 신흥강자 최철한 9단에 의해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이창호 9단은 19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국수전 도전 5번기 3국에서 백을 들고 151수 만에 불계패해 3대0 스트레이트로 완패했다. 만20세의 최철한은 10년 선배 이창호 9단에게 지난해 국수 타이틀을 빼앗은 뒤 2연패에 성공했다.

도전기 내내 이창호의 고전이 이어졌다. 2국에선 단수를 못 보는 착각이 있었다. 최종국인 3국에선 이창호가 일찌감치 초읽기에 몰렸고 최철한은 제한시간 네 시간 중 1시간54분밖에 쓰지 않는 여유를 보였다. 세 판 모두 불계패였다.

이창호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또 하나의 기록은 그가 최철한에게 통산 전적에서도 5승10패로 밀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묵직하고 수읽기에 탁월한 최철한은 포석과 계산력도 뛰어나 전방위로 이창호를 압박하는 천적 중의 천적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창호는 올해 컨디션 난조를 보이며 최철한에게 3패, 위빈(兪斌)과 왕리청(王立誠)에게 각 1패를 당하며 1승5패의 부진에 빠져 있다. 이창호의 슬럼프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최철한은 8연승으로 승승장구하고 있고 이런 호조 속에서 다음달 3일부터 중국의 창하오(常昊)9단과 맞서게 될 응씨배 세계대회 결승전 전망도 더욱 밝아지고 있다(현재 1대1).

최철한 9단은 권갑룡도장에서 이세돌 9단과 함께 수학했고 지난해 바둑대상에서 이창호 9단을 제치고 최우수기사(MVP)에 올랐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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