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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4승 비밀 무기 '포크볼' 장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찬호(32.텍사스 레인저스) 경기를 보면서 간혹 묘한 장면이 눈에 띄었다. 떨어지는 낙차가 제법 크고 변하는 각도는 슬라이더나 커브의 반대 방향, 즉 역회전 공 같다. 그렇다고 투심 패스트볼이라고 하기에는 각(角)이 크다. 의문의 이 구질은 포크볼(미국식 표현으로 하면 스플리터.Splitter)이었다.

박찬호는 그동안 기자들의 계속된 질문에도 불구하고 스플리터를 던지지 않는다고 부인해 왔다. 그러나 최근 촬영된 사진을 보면 박찬호가 포크볼을 구사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포크볼, 또는 스플리터는 지난 1995년 당시 노모 히데오가 LA 다저스에서 13승으로 신인왕을 따내며 각광을 받았다. 실밥에 걸치지 않도록 검지와 중지를 벌려 잡으며 손가락을 벌리는 정도에 따라 구속과 떨어지는 각도에 큰 차이가 있다.

박찬호가 던지는 것은 반포크볼에 가깝다. 구속은 130km 중반으로 타자 앞에서 종으로 떨어진다. 박찬호가 올 시즌 또 다른 신무기로 장착한 투심 패스트볼(일명 하드 싱커)과는 차이가 있다. 88마일(142km)에서 90마일(145km)사이인 투심 패스트볼은 자칫 제구가 안되면 평범한 직구가 되기 쉽다.

스피드는 분명 포심 패스트볼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낮게 컨트롤이 되지 않거나 공의 무브먼트(변화)가 없으면 장타를 얻어맞기 십상이다.

촬영된 사진을 보고 포크볼임을 확인해준 이광우 기아 투수코치는 "투심 패스트볼은 분명 왼손 타자를 상대하는 데 효과적인 구질이다. 그러나 그 궤적이 가운데로 오다가 타자 바깥쪽으로 살짝 꺾이거나 떨어지기 때문에 제구가 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 스플리터를 병행하면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코치는 현역시절 포크볼을 던지기 위해 손가락 수술을 받았던 적도 있다.

박찬호가 11일 오전 9시 5분(이하 한국시간) 아메리퀘스트필드에서 열리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홈 경기에서도 비장의 무기 포크볼로 4승째를 따낼지 관심을 모은다.

일간스포츠=이승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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