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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파인더] 배추파동 대책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라면 한 그릇부터 고급 한정식까지 한국인의 밥상에 빠짐없이 올라왔던 배추김치. 요즘엔 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게 됐습니다. 배추값이 한포기에 만원 이상으로 치솟았기 때문입니다. 일반 식당에서는 김치 한 접시를 추가시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INT) "배추값이 너무 비싸서 장사하기도 너무 힘들고, 찌개도 못 나가겠다."

10월 1일 서울 가락시장에서 경매된 배추 10kg 가격은 2만8226원. 지난해 10월 1일 6137원에 비해 네 배나 올랐습니다.

통상 이맘때 배추 수요를 충당하는 것은 강원도와 고산지대에서 생산되는 고랭지 배추. 그러나 날씨 때문에 평소 25만 1000톤이던 고랭지 배추 생산이 올해엔 15만 1000톤으로 40%나 줄었습니다.

최근의 배추값이 폭등한 것은 고랭지 배추의 작황이 부진했기 때문입니다. 전국 각지의 배추 농가들은 김장철 출하를 대비해 배추 농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배추의 생육기간은 통상 80일 내외. 김장배추의 경우 씨를 뿌린 뒤 20~25일간 자란 묘종을 8월 말게 본밭에 이식합니다. 이때 25도씨 이상의 고온이 이어지면 생장이 멎고 배춧잎이 물러집니다.

INT) "역사상 금년이 최악조건이다. 비가 장기적으로 계속 와서 심는 과정, 기르는 과정에 애로가 많았고 힘이 들었다."

특히 9월에 태풍 곤파스가 중부지방을 강타하면서 뿌리와 배추 속이 썩어들어갔습니다. 빗물에 쓸려 내려간 배추 묘종도 많아 서너차례 덧심기를 해야했습니다. 연천군 일대의 배추밭은 총 140헥타르. 평소같으면 약 420만포기가 출하되겠지만 올해의 경우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10월 말에 출하되는 경기도 연천군의 배추는 이상기후와 많은 강수량 때문에 평년보다 출하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수요는 일정한데 생산지의 공급이 적으니 가격이 폭등한 것은 당연한 귀결입니다.

INT) "작년에는 포기당 2000원정도 했는데 금년에는 일기 불순으로 배추 작황이 안좋아졌다. 산지 생산량도 줄었고, 포기당 8000원 선에서 형성되고 있다."

정부는 9월말 경 올해 배추 수확량이 40% 줄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대책마련에 들어갔습니다.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직접 중국에서 160톤의 배추를 수입해 시중 수요를 충당한다는 계획입니다. 관세도 한시적으로 없애고 7일 이상 걸리던 검역과 통관 절차도 간소화하기로 했습니다. 또 국고를 지원해 현재 재배중인 배추에 영양제를 투여하고, 내년 1~4월 출하 예정인 월동배추를 12월에 앞당겨 시장에 내놓도록 할 방침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같은 정부의 대처가 늑장대처에 1회용일 뿐이라며 비판하고 있습니다.

INT) 최근에 와서 가격이 치솟으니까 중국 배추를 긴급 수입하겠다. 완전히 뒷북치기다. 모자란 것은 7월달정도에 예상이 됐으니까. 국내로 배로 중국 배추를 반입하려면 최소한 열흘에서 20일이 걸린다. 앞으로 20일만 있으면 가을배추, 김장배추가 나오는데…."

그렇다면 이같은 배추 파동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중앙일보 경제부 김광기 선임기자에게 들어봤습니다.

INT) "취재를 해보니 농가와 도매상, 배추씨를 파는 종자회사는 정기적으로 조사해 수개월 뒤의 시세를 예측하는 모델이 있더라. 이번에도 배추값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을 했는데, 정부통계는 정확하지도 않았으니 대책이 늦었다."

각 가정에서는 다가오는 김장철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INT) "가을배추의 파종시기가 보름정도 늦어졌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경우 김장 시기를 예년보다 보름정도 늦추는 것이 좋겠다."

김치의 주 재료로 사용되는 통배추가 전국적으로 보급된 것은 불과 100년 전의 일입니다. 중국 북부지방이 원산지인 통배추는 병충해에 약해 재배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통배추 이전에 한국인들은 다양한 채소를 소금과 고춧가루에 절여 김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기상 이변이 부쩍 잦아진 한국은 이제 김치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심수미 기자
영상 제작=최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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