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피 가상체험 일본서 시스템개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 한 시민이 가상현실 체험용 안경을 쓰고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를 체험하고 있다.

일본의 국립소방연구소가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비슷한 사고가 일본에서 일어날 경우에 대비해 효과적인 승객 구조와 생존법을 익히기 위해서다.

일본은 2년 전 사고가 발생하자 곧바로 전문가들을 대구에 보내 자료를 수집하는 등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이 연구에 참여한 경북대 홍원화(건축학부) 교수는 18일 "일본 측이 10억원을 들여 '대구지하철 화재 시뮬레이션'이란 가상의 재난 대피 시스템과 10평 규모의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시스템의 원리는 당시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은 부상자 148명 중 101명의 탈출 사례를 모두 분석한 뒤 서바이벌 게임 형식으로 프로그램화한 것이다. 시스템에 들어가면 화재가 발생했던 '중앙로역'이란 한글 간판이 보이면서 역의 구조가 입체 영상으로 재현된다. 체험 방법은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안경을 쓰고 생존자의 대피 경로를 찾아내는 것이다.

생존자들이 화재가 난 전동차에서 탈출해 지상으로 나오는 데 걸린 시간은 대체로 3분 정도.

체험자는 제한시간 안에 생존자들이 선택한 경로를 찾아내야 살 수 있다. 생존자의 탈출로를 찾지 못한 채 제한시간을 넘기면 '죽음'이 표시된다. 체험실은 당시 화재 때 치솟은 검은 연기와 열기.소리 등도 입체화했다. 시스템 개발엔 고베대학의 인간행동연구소, 3차원 입체영상 개발업체인 후지타와 경북대 도시환경설비연구실이 참여했다.

홍원화 교수는 그동안 당시 사고로 부상한 101명을 직접 만나 탈출 경로와 대처방법 등을 조사했다. 이들의 탈출 행동 양식은 성별.연령별로 정밀 분석돼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 그대로 반영됐다.

일본 소방연구소는 이 시스템을 소방관들의 구조 교육에 우선 활용한 뒤 국민을 상대로 지하철 화재 대피 방법을 교육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일본 측은 이날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참사 2주기 국제심포지엄에서 이 시뮬레이션을 소개했다.

대구=송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