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시론

팔당 수질관리 '눈가리고 아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팔당 수질보전의 실패는 사실 예견된 것이다. 벌써 10년이 넘게 지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수질지표로서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만을 고집해 왔다. 지구온난화를 줄이기 위해 태양광이 보급되고 있는데 석탄에 집중하고 있는 형국이다. 부영양화(富營養化)를 일으키는 다른 지표들은 5급수를 넘어 급수에도 포함되지 못할 지경임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거짓말을 되풀이해온 것이다. 위암만을 살피고 폐암과 간암을 무시한 것이다.

*** BOD 수치만 갖고 "개선" 주장

그간 상수원 관리를 위해 투자된 수십조원의 예산과 다양한 정책의 집행에도 불구하고 주요 상수원 및 하천의 수질이 개선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상수원 수질과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사실상 극에 달해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민은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는 경우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민은 하루가 멀다 하고 환경오염에 관한 여론을 접하고 있다. 폐수 방류, 상수원 녹조와 쓰레기, 물고기 떼죽음, 악취 나는 하천, 파헤쳐지는 상수원, 늘어나는 오염원 ….

2000만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상수원 문제의 핵심은 유입되는 주변 하천의 수질이다. 서울환경연합이 팔당댐 상.하류인 남양주시.구리시.하남시.광주시 일대의 하천 23곳을 대상으로 한강과 합류하는 부근의 수질을 측정한 결과, 화학적 산소요구량(COD)과 BOD는 평균 3급수이나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총인과 총질소 평균은 각각 0.30ppm과 6.337ppm으로 생활환경 수질기준의 최하등급인 5급수 기준보다 2~4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환경부의 상수원 수질목표인 1등급과 비교하면 보면 무려 30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총질소의 조사대상 23곳 하천 모두가 5급수 기준을 초과한 등급외 수질로 분석돼 질소에 의한 하천 오염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총인의 경우도 경안천 하류인 쌍령교 부근이 5등급 기준치(0.150ppm)의 9.6배인 1.452ppm으로 가장 높은 상태로, 23곳의 조사대상 중 50%가 넘는 12곳이 등급외 수질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상태를 부영양화 판정 기준에 의해 살펴보면 총인의 경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부영양 기준(0.035~0.1ppm)을 초과한 것으로 조사대상 하천 모두가 부영양화 상태이거나 그보다 심각한 지경이다.

팔당 오염의 핵심 원인 중의 하나는 상류에서 급속히 진행되는 마구잡이 개발이다. 가까운 예로 팔당 상수원 특별대책지역에서 매년 월드컵 상암경기장 면적인 0.2㎢의 30배에 이르는 산림이 훼손되고 있고, 요식업소의 경우 1990년 2585개소에서 2000년 9249개소로 3.6배 증가했다. 숙박업소 또한 90년 241개소에서 2000년 549개소로 2.3배 증가했다.

상수원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지역주민의 합리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근본적 대안으로서의 총량규제는 중대한 진전이다. 그러나 현재의 팔당 상수원의 총량규제 또한 상당한 우려를 야기하고 있다. 우선 한강유역의 경우 임의제 채택으로 실효성이 지극히 의심된다. 한마디로 지자체들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것이다.

*** 부영양화 막을 대책 나와야

한강유역의 관련 지자체 중 절대다수는 총량 규제에 대한 계획이 없음은 물론 기본적인 의지도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만약 이 문제가 신속히 정리되지 않는다면 양질의 한강수질 확보라는 목표의 달성이 불가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총량규제 또한 BOD만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는 조만간에 추가적인 다양한 문제를 야기할 것이 명백하며, 이에 따라 별도의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지금부터라도 총량규제 대상물질의 보완작업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

팔당 문제는 지금부터라도 몸통을 봐야 한다.

양장일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