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3일 경기도 수원이주민센터에서 다문화가정 청소년들이 정연희 교사(오른쪽)의 지도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조용철 기자]
벌써 이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취학률이 일반 가정 아이(평균 95%)보다 훨씬 떨어진다.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와 행정안전부 등의 자료를 활용해 취학률을 분석한 결과 초등학교는 12.4%포인트, 중학교는 12.5%포인트, 고등학교는 22.6%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생 연령에 해당하는 다문화가정 청소년 10명 중 3명은 학교를 아예 다니지 않는다.
부모의 재혼이나 가정 사정으로 갑자기 한국에 온 아이들(동반·중도 입국)은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달 초 한국에 온 웨양(悅陽·13)은 아직 한국 이름조차 없다. 친부모는 모두 중국인이지만 어머니가 한국인과 재혼하면서 따라왔다. 어머니는 내년에 중학교에 편입하길 바라지만, 웨양은 한국어를 거의 할 줄 모른다. 사교육을 받거나 외국인 학교에 갈 형편도 못 된다. 다행히 수원이주민센터에 최근 개설된 동반·중도 입국 자녀 대상 예비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따라가기가 벅차다.
이들의 좌절 뒤에는 공통적으로 언어 장벽이 도사리고 있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독해·어휘력이 떨어져 학교 공부를 따라갈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곪아가는데 대책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언어발달장애가 있거나 한국어 발음·억양 등이 나쁜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도와주는 언어지도사가 현재 100명에 불과하다. 방과후 교실이나 대학생 멘토링 등을 통해 학습 지원을 받기도 하지만 수혜자는 소수다. 다문화가정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450여 개인데 정부가 거점학교로 지원하는 데는 60곳에 불과하다. 한국어교실이 있는 학교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안 돼 있다.
무지개청소년센터의 송연숙 연구개발팀장은 “다문화가정의 상당수가 저소득층이기 때문에 한국어 습득만큼은 정부가 책임지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언어를 빨리 배우기 때문에 취학 전후에, 중도 입국한 아이는 입국 후에 1년 동안 집중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면 언어 장벽 문제를 어느 정도 풀 수 있다고 조언한다.
수원이주민센터 한국어 교사 정연희씨는 “정부가 중도 입국한 아이들을 위해 내년에 석 달짜리 초기 적응코스를 만든다고 하는데 짧은 기간에 학교에 편입할 수준으로 한국어 실력을 끌어올리는 건 불가능하다”며 “1년 정도는 수준별 교육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글=김정수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