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연택씨 수사 시점이 적절치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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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판교 신도시 부근 전원주택 부지 헐값 매입 의혹을 받고 있는 이연택 대한체육회장이 어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결백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검찰 수사가 자신을 중도 사퇴시키기 위한 음해라면서 체육회장 후보를 사퇴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후보를 사퇴시키기 위한 정치적 동기에서 수사에 착수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의 체육회장 재선 도전이 공식화되기 이전인 지난해 11월부터 이미 내사를 벌여 왔다는 것이다. 또 참고인 조사 등을 마친 뒤 지난달과 이달 초 소환하려 했으나 해외 출장 중이어서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고, 이 회장 측의 요청으로 체육회장 선거(2월 23일) 이후로 소환을 미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체육회장 선거를 코앞에 둔 민감한 시점에서 이 회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하고 관련자를 긴급체포하는 등 검찰이 수사를 본격화했고, 이 과정에서 언론에 알려졌다. 검찰이 뭐라고 해명을 해도 5년 가까이 지난 일인데 '왜 하필 지금이냐'는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번 체육회장 선거엔 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동지인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도 출마했다. 그래서 특정인의 당선을 돕기 위해 검찰 수사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음모론이 나오는 것이다. 오죽하면 김 전 장관이 "현 정부의 검찰은 청와대에서도 간여할 수 없는 존재 아니냐"면서도 "검찰 수사는 결코 나를 도와주는 게 아니다"고 불만을 토로했을까.

만일 이 회장이 수사를 피하려 했다면 이 역시 문제다. 검찰은 그가 몇 차례 해명서만 제출하고 출장을 이유로 외국으로 잇따라 나갔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말대로 정말 한 점 부끄럼이 없다면 기자회견 형식으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할 게 아니라 떳떳하게 검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는 게 옳다.

검찰이 선거에 영향을 주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 만했다. 수사시점이 꼭 이 시점이어야 하느냐에 대해 의문이 생기기 때문이다. 일단 선거가 끝난 뒤 철저히 수사하되 이 회장도 수사에 적극 협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