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장비에 들어가는 유압 브레이커를 만드는 코막중공업 조붕구(45) 대표는 요즘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가 강세를 보이면서 물건값을 올려야 할지 고민이 크다. 이 회사는 한 해 200억원대 매출 가운데 95% 이상이 수출에서 나온다. 조 대표는 “원화가치가 달러당 1000원대에 접어들면 1만 달러인 브레이커 값을 500달러 이상 올려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며 “그러면 수주량이 10% 정도 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키코(KIKO) 파동으로 마땅히 환헤지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은 시름이 상대적으로 깊다. 한 해 700억원 매출 가운데 90%가 수출인 정보통신업체 P사 김 대표는 “지난 7월 달러당 원화가치 1200원대에 120만 달러대 계약을 했다”며 “불과 석 달 새 10% 가까이 원화가치가 오르면서 채산성이 크게 나빠졌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연구원 홍성철 연구위원은 “중요한 것은 원화가치가 오르내리는 속도”라며 “원화가치 상승이 예상 수준을 벗어나면 환 관리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 김승한 애널리스트는 “11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원화 강세를 더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은 ‘원화가치가 아직은 예상 범위여서 견딜 만하다’는 입장이나 강세가 더 이어져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1100원을 뚫고, 1000원대에 접어들면 본격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는 반응이다.
현대자동차는 국내 생산 물량의 약 55%, 기아차는 약 65%가 수출이다. 올해 달러당 원화가치 1100원을 기준으로 사업계획을 짜 아직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달러당 원화가치가 10원 오르면 현대-기아차를 합쳐 연간 매출액이 2000억원씩 줄어든다”며 “원화가치 영향을 덜 받기 위해 해외생산을 늘려왔고, 900원대에서도 영업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바꾸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원화가치가 연초에 예상했던 범위 이내에 있고, 생산·판매거점이 글로벌화돼 있어 아직 큰 영향은 없지만 강세가 지속되면 영업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과 LG화학도 “원화가치 강세가 이어지면 본격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를 원료수입 결제에 사용하는 방식을 통해 환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항공업계는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이 늘고, 수입하는 유류비 부담이 줄어드는 데다 외화부채 평가액도 감소해 원화가치 강세를 상대적으로 반기는 분위기다. 달러당 원화가치가 10원 오를 때마다 대한항공은 연간 540억원, 아시아나항공은 68억원의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원유를 수입하는 정유업계도 원화 강세의 수혜자로 꼽힌다. 모두투어 남수현 마케팅팀장은 “전통적으로 4분기는 비수기인데, 이달에는 해외여행객이 시장 상황이 좋았던 2007년 같은 기간보다도 15%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염태정·이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