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건축물 철거 … 생태계 복원 … 확 달라진 증심사 지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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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가 무등산에 난립한 불법 건축물 철거와 자연 생태계 복원에 나선 것은 2005년부터다. 이때부터 5년에 걸쳐 742억원을 투입했다. 낡은 주택과 상가가 흩어져 있던 증심사지구 18만9000㎡를 친환경 생태공원으로 조성했다. 기존 274개 면이던 주차장은 448개 면으로 확장 이전했다. 전체 면적(2만9516㎡)의 40%를 녹지로 확보하고, 잔디 블록을 깔아 자연의 모습과 가깝게 만들었다. 주차장과 인접한 2만7277㎡에는 상가단지가 조성돼 등산용품점과 음식점 등이 들어섰다. 간판도 자연공원의 이미지에 맞도록 산뜻하게 꾸몄다.

의재미술관과 문빈정사를 지나 증심교까지 길 양편에 음식점들이 늘어섰던 거리는 참나무 1만여 그루와 소나무 300여 그루가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다. 자연석과 관목으로 주변을 꾸며 조경미를 더했다. 증심교를 중심으로 1㎞에 걸쳐 흩어져 있던 불법 건축물 자리에는 무등산 자생 수종을 심어 자연수림대 군락을 조성했다. 또 탐방객에게 무등산을 소개하는 안내소를 짓고, 만남의 광장도 만들었다. 목재 파고라와 벤치를 설치, 이용객의 편의를 높였다.

하지만 이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무등산은 1972년 공원으로 지정됐지만, 곳곳에 들어선 불법 건축물을 놓고 주민과 시는 끝없이 갈등을 빚었다. 1977년엔 무허가 건물 철거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주민에게 폭행당해 희생되는 이른바 ‘무등산 타잔 사건’이 벌어져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상가 난립에 따라 오염이 심해지면서 불법 건물 철거 여론도 높아졌다. 광주시는 상가·주택 91동의 토지 소유자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협상을 벌인 끝에 2006년 2월 철거에 나설 수 있었다. 사업비의 68%가량인 507억원이 보상비로 지급됐다. 기존 상가 밀집 지역에서 300여m 아래에 이주 주택단지와 상가단지를 조성, 주민 70% 이상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그동안 철거되지 않았던 3동도 최근 완전히 철거됐다.

유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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