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값 낙폭 크다 … 한국, 저가 스마트폰 시장 주목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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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세계적 정보기술(IT)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5일 “내년부터 1년 넘게 반도체 값이 더욱 가파르게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스마트폰용 반도체 수요에서 시장의 활력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5일 서울 코엑스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국내 고객사를 상대로 개최한 ‘2010년 가트너 아시아·태평양 반도체 로드쇼(설명회)’에서다. 3분기에 올해 반도체 시장전망을 낮춘 사실도 전했다.

반도체 시세는 여섯 달째 미끄러지면서 국내외 생산 업계에 걱정이 쌓이고 있다. 5일 대만 반도체 시장조사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4월 3달러에 거래되던 1기가비트(Gb) DDR2 D램의 현물가격은 이달 들어 1.8달러까지 떨어졌다. 문제는 연말과 내년 이후의 반도체 시황도 안갯속이라는 것이다.

#“저가 스마트폰 시장 성장성 크다”

왼쪽부터 삼성전자 갤럭시 S, 애플 아이폰4, 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 X10, 블랙베리9700, 그리고 HTC의 디자이어. [블룸버그]

존 이렌슨 리서치 이사는 “반도체 매출의 10% 가량을 스마트폰에서 거둘 정도로 스마트폰은 당분간 반도체 업계를 먹여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는 휴대전화기 업체가 애플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 발판을 제공해 애플과의 격차를 빨리 좁혀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드로이드 OS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4%에서 올해 18%로 급등하고, 2014년에는 30%까지 치솟을 것으로 가트너는 예상했다.

스마트폰 저가 모델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렌슨 이사는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 시장을 초기 단계에서 성장시켰다면 저가형 스마트폰은 제2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가령 삼성전자의 갤럭시S가 500달러(약 55만원) 수준인데 비해 메모리·디스플레이·카메라에서 고급부품을 덜 쓴 중국 화웨이의 구글폰 ‘아이디오스’는 130달러 정도에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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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렌슨 이사는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확보한 시장지배력과 생산능력의 우위를 내세워 스마트폰용 프로세서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고 평가했다. 또 “LG전자는 스마트폰 후발주자이지만, 고급 휴대전화에서 보여준 빼어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앞세워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다면 승산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D램 하락세, 내년에 더 가파르다”

가트너의 피터 미들턴 수석 애널리스트는 “올해 반도체 시장은 재작년 세계적 금융위기와 경기침체로 인한 기저효과로 작년보다 31.5%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3분기에 30% 성장으로 하향 수정했다”고 밝혔다. 장밋빛 기대의 반도체 업계가 경쟁적으로 설비를 늘려 또다시 과잉생산 조짐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PC업계의 할인경쟁도 한몫했다. 2분기 PC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22% 급증했지만, 이후 성장세가 꺾였다.

미들턴 애널리스트는 “태블릿PC의 올해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610만 대 더 많은 700만 대로 보여 여기에 들어가는 고(高)사양 낸드플래시 시황은 계속 좋다”고 전했다. 그는 “D램 시장은 내년부터 2년간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제품가격 하락세는 내년에 더 가파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트너의 딘 프리먼 리서치 부사장은 “두세 달 전에 본격화한 D램 공급과잉으로 인해 반도체 장비 회사들이 어려워져 통폐합 구조조정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주요 장비회사 10곳 중 한 곳꼴로 2015년까지 문을 닫거나 다른 회사에 합쳐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프리먼 부사장은 “내년부터 업계의 과잉투자 대응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관심사”라며 “삼성전자 등 한국 업체가 주도하고 있는 28나노와 32나노 메모리 공정 제품의 가격이 급변하면 공급과잉이 왔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재우·문병주 기자

◆가트너(Gartner)=미국 코네티컷주에 본사를 둔 정보기술(IT) 분야의 세계적 시장조사·컨설팅 회사다. 전 세계에 대기업과 정부·공공기관·투자회사 등 다양한 고객을 확보했다. 연 매출은 1조1000억원으로, 해마다 주요국을 돌아다니며 고객사 상대의 로드쇼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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