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EU 헌법'비준 투표 카운트다운] '역사적 릴레이 투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유럽연합(EU) 25개 회원국 국민 4억5000만명이 동일한 헌법 규범에 따라 행동하게 될까. 20일 스페인에서 유럽헌법안의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를 한다. 회원국 중 첫 투표다.

대상은 지난해 6월 EU 25개 회원국 정상이 확정한 헌법안이다. 초안 작성에서 확정까지 꼬박 2년4개월이나 걸렸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각국의 비준 절차다. 역사적인 국가별 릴레이 국민투표의 첫 장이 이번 주말 열린다.

스페인에서 '유럽헌법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3일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20일에 있을 유럽헌법 비준 투표의 선거 캠페인 개시를 선언했다. 지금 스페인은 투표율 높이기와 헌법 내용 알리기에 전국이 들썩거린다.

현재 예상으로는 통과가 무난해 보인다. 유럽헌법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의사결정 방식을 놓고 막판까지 반대한 나라가 스페인이지만 헌법안이 합의에 도달한 이후 반대 목소리가 별로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집권 스페인사회주의노동자당(PSOE)과 제1야당 민중당(PP)의 당론이 모두 찬성이다. 소수당인 연합좌파(IU)만 반대다. 이에 따라 유럽 전역의 관심은 투표율이 어느 정도냐이다.

스페인의 국민투표 결과는 초미의 관심사다. 여기서 통과되면 다른 나라에서의 비준도 순조로워질 것이다. 자칫 부결이라도 되면 EU의 미래는 암울해질 수밖에 없다. 초강대국인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유럽합중국'건설에 치명적인 제동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정당과 미디어, 민간단체 등에서는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대대적인 헌법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PSOE는 '이제는 유럽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투표 전날까지 700여차례의 집회를 열 예정이다. 총리가 참석하는 집회도 10여차례나 된다. 지난 11일 바르셀로나 집회에는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참석했다.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감기 때문에 이 집회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16일 사라고사에서 열린 '유럽헌법회의'에서 사파테로 총리와 함께 지지를 당부했다. 제1야당인 PP도'유럽에 찬성표를'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500회를 목표로 릴레이 집회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발표된 유로바로미터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스페인 사람 56%가 유럽헌법을 지지하고 7%가 반대하며 37%는 아무런 의견을 표시하지 않았다. EU 회원국 평균치(찬성 49%, 반대 16%)보다 더 호의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투표장에 표를 찍으러 가겠다는 사람은 36%에 불과했다. 헌법에 대한 이해도 크게 부족하다. 스페인 국민 33%는 '헌법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55%는 '아주 조금 안다'고 답했다.

법안을 국민에게 알리려고 방송인.운동선수.문화인이 대거 방송에 출연해 한 사람이 한 조항씩 법안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주요 일간지들은 지난달 16일자 일요판에 헌법 500만부를 인쇄해 신문과 함께 배포했다. 안내 전화도 설치했으며 인터넷 사이트(www.constitucioneuropea.es)도 운영 중이다. 민간단체도 힘을 보태고 있다. 예술가들은 유럽헌법 홍보 음악회를 조직했으며, 스포츠 경기장마다 EU의 국가가 울려 퍼지고 있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에 나오는 '환희의 송가'다. 이번 투표의 총 유권자는 3460만명이다. 최종 결과는 우편 투표가 모두 개표되는 27일께 나올 예정이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