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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기술, e세상엔 장애 없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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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홍득길(왼쪽)씨가 서울 개포동의 하상장애인복지관에서 LG의 ‘책 읽어주는 휴대전화’ 서비스를 이용해 추리 소설을 읽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서울 개포동의 하상장애인복지관에 근무하는 홍득길(30)씨는 정보기술(IT)의 이기(利器)를 절감한다. 태어났을 때부터 눈이 안 보이는 시각장애인인 그는 이 복지관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인터넷사이트 ‘온소리’(www.onsori.or.kr)를 운영한다. 특히 점자도서관팀에 소속돼 디지털 음성도서 편집 업무를 하기 때문에 ‘책 읽어주는 휴대전화’ 등 장애인용 IT 기기의 덕을 많이 본다. 최근 스마트폰 등 IT 기기가 생활필수품이 되는 상황에서 접근성 차이로 인해 소외될 수 있는 장애인을 위한 특화 단말기들도 잇따라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장애인IT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인은 전 인구의 10% 수준인 약 450만 명이다. 문맹자·학습장애인까지 포함하면 인구의 20% 정도가 정상적으로 독서를 하지 못하거나 IT기기 조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눈을 대신해 읽어준다=LG유플러스가 LG전자·LG상남

청각장애인 보조하는 음성재생기 ‘키즈보이스’

도서관과 함께 시각장애인을 위해 2007년 개발한 ‘책 읽어주는 휴대전화’(모델명 LG-LH8700)가 대표적인 시각장애인 IT 기기다. 단말기의 키패드와 각종 메뉴 버튼에 점자 표시가 있고 ‘OK’ 버튼만 누르면 LG상남도서관의 ‘책 읽어주는 도서관’(voice.lg.or.kr)에 무선으로 바로 접속된다. 인문·교양·과학·학습·예술 분야의 5000여 권의 디지털 도서 중 원하는 책을 휴대전화에 내려받아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 디지털 도서 정보이용료와 데이터통화료는 무료다. 홍씨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데 점자로 읽을 때는 단어와 문장이 복잡해 어려움을 겪었는데, 음성으로 들으니 읽고 싶은 책을 편하게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2007년 580대를 장애시설에 기증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부터는 매년 2000대씩으로 보급대수를 늘렸다. 무상 제공 단말기 가격과 음성 변환 기능 등 서비스 개발비, 무료 데이터 통화료 등을 포함해 한 해 약 53억원이 든다. 이 회사 하태석 모바일 사업부장은 “앞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능 등도 개발해 모바일 단말기를 통한 시각장애인들의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도 앞장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머리움직임으로 PC를 조작하는 ‘헤드마우스 익스트림’

국내 중소기업인 보이스아이에서 개발한 ‘보이스아이 PC-mate’도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리더기다. 대법원·행정안전부·국립중앙도서관 등에 설치돼 있다. 서적과 공문서에 있는 2차원 바코드를 카메라로 인식해 음성으로 바꿔준다. 저시력자나 색맹 등 눈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선명하고 큰 글씨로 글씨를 읽을 수 있도록 한 디지털 독서확대 기능도 지원된다.

◆의사 소통을 도와준다=청각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 IT기기로 유비큐의 ‘키즈보이스’가 있다. 원하는 문장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음성으로 재생해줘 정확하게 발음하기 어려운 청각장애인과 일반인 간 대화를 도와준다. 문장으로 설명이 힘든 사물을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각종 그림이나 상징을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기능도 있고, 언어습득 훈련이나 발음훈련 등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담겨 있어 장애인 교육시설에서 활용된다.

입김으로 PC를 조작하는 ‘인테그라 마우스’

손 사용이 부자유스러운 장애인들이 IT 기기를 쓸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조기도 있다. 장애인의 이마에 반사체 기기를 착용한 뒤 모니터 상단에 설치한 카메라에서 그 움직임을 인식해 PC의 커서를 움직이는 ‘헤드마우스 익스트림’이나 입·턱·볼 등 얼굴의 움직임으로 PC를 동작하는 ‘인테그라 마우스’ 등이다. 인테그라 마우스는 한국판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이상묵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도 사용한다. 마우스에 입김을 인식하는 장치가 있어 입김을 내뱉으면 왼쪽 클릭, 빨면 오른쪽 클릭이 된다. 드래그(클릭한 상태에서 이동)는 숨을 들이쉰 상태에서 움직이면 된다.

정부도 기존의 점자나 테이프 도서의 단점을 보완한 차세대 디지털 콘텐트 제작기술인 ‘DAISY(Digital Accessible Information System)’의 기술 표준화에 나섰다. 이 기술을 이용하면 텍스트는 물론 이미지나 도표 등도 점자나 음성 파일로 수록할 수 있어 장애인들도 전문 분야 정보 접근성이 높아진다. 특히 원하는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은 테이프·CD도서 등 오디오북과 달리 이미지·동영상·텍스트 파일 등을 빠르게 검색할 수 있는 ‘찾아가기(navigation)’ 기능이 담겨 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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