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긍정 조직 변화’ 대가 휘트니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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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고객 만족도가 95%에 달하는 자동차 수리 회사가 있다. 이 만족도를 더 끌어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회사는 5%의 불만족 고객을 주목했다. 이들의 불만을 듣고 벽에 써붙였다. 그런데 고객 만족도는 되레 떨어졌다. 직원 사기도 함께 내려갔다.

“문제점을 찾는다고 조직이 개선되는 게 아닙니다. 잘하는 걸 먼저 찾아야죠.” 조직 변화 이론인 ‘긍정 조직변화(AI·Appreciative Inquiry)’의 대가 다이애나 휘트니 박사의 해법이다. 문제점을 찾기보다 장점을 찾아 강화하는 쪽이 조직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AI의 핵심 철학이다. 실제로 이 수리 업체는 AI 방식을 적용했다. 회사에 만족하는 95%의 고객을 만났고, 이들의 칭찬을 써붙였다. 직원들은 신이 나 일했고, 고객의 만족도는 더 높아졌다. 영국 석유업체 BP의 계열사 프로케어(Procare)의 사례다.

휘트니 박사는 1990년대 초반부터 미국에 AI를 소개한 경영 컨설턴트다. AI를 알기 전엔 자신도 보통의 경영 컨설턴트와 같이 조직의 문제점을 먼저 들여다봤다고 했다. “문제점을 지적하면 고객사들은 점점 자신감을 잃고 불안해했죠. 저는 꼭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어깨가 무거웠고요.”

AI 컨설팅은 이런 식이다. 일단 서로 다른 부서 직원들이 만나 각자 어떤 식으로 회사에 기여하는지를 들려준다. 가장 좋은 성과를 냈던 경험도 나눈다. 그러다보면 “이렇게 하면 잘되는구나” “우리 부서도 이렇게 해야지” 하는 깨달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휘트니 박사는 “이 과정에서 저절로 문제점을 해결하는 답이 나오곤 한다”며 “그 과정에서 서로 칭찬하며 자부심을 느끼다보니 조직 문화도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껏 영국항공(BA), 휴렛패커드(HP) 등 유수의 대기업을 상대로 AI 컨설팅을 해 왔다. 가장 인상에 남는 프로젝트로는 국제 종교 단체들의 연합인 ‘종교연합운동(URI·United Religious Initiatives)’ 창설 작업에 참여했던 것을 꼽았다.

그는 “종교 간 갈등 때문에 설립에만 5년이란 시간이 걸렸지만, 서로 장점을 받아들이기 시작하자 일이 잘 풀렸다”고 설명했다. 휘트니 박사는 “이런 식의 대화로 남북 갈등이나 한국 사회 이념 갈등도 개선될 수 있다”며 “한국 현실에서 AI가 활용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휘트니 박사는 5일 한국AI협회가 여는 ‘제1회 AI 콘퍼런스’(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 참석한다. 6일부터 나흘 동안 열리는 AI 리더십 워크숍에도 참여한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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